여천NCC(YNCC)가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 거부로 부도 위기에 처했다. Y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1999년 5대5 합작사로 설립했다. 당시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 압력 속에서 경기고 동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준용 DL그룹 명예회장이 ‘자율 빅딜’로 합병을 결의해 화제를 모았다.

YNCC는 지난 8일부터 에틸렌(NCC) 3공장의 생산 중단에 이어 부타디엔 감산까지 단행하면서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오는 21일까지 약 31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YNCC는 이달 여수 부타디엔 공장의 가동률을 전월 대비 10%포인트(p) 이상 낮춘 70%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여수 에틸렌(NCC) 3공장이 지난 8일부터 가동을 멈추면서 C4 원료 공급이 줄어든 데 따른 후속조치다.

YNCC의 에틸렌 3공장은 연간 47만톤의 에틸렌과 24만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하며, 부타디엔 설비에도 연 18만톤의 혼합 C4를 공급한다. 가동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라인까지 차질이 번져 회사의 현금흐름 악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천NCC ‘부도 시계’ 째깍…이해욱 DL 회장 “돈 넣을 수 없어”

YNCC는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와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의 자금 지원 거부로 이미 부도 위기다. 최근 3년간 누적 적자만 약 8240억원에 달한다.

올해 3월 2000억원을 증자했지만 누적 손실로 이달 말까지 약 3100억원의 운영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과 대출이 막혀 이달 21일까지 운영자금을 추가로 확보해 결제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YNCC의 운영자금 결제일까지 불과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지만 공동 대주주인 DL그룹은 워크아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까지 나서서 YNCC의 회생을 설득하고 있지만 DL그룹이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7월 말에 열린 YNCC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의에 직접 참석해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간다”며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DL케미칼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YNCC로부터 ‘3월 증자를 진행하면 연말까지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양측이 각각 1000억 원씩 증자를 이미 집행했다”며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양 주주사에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정확한 경영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며 “현금흐름이 왜 악화됐는지, 영업 부진이 원인이라면 자체 자구책은 어느 정도 실행 가능성을 갖추고 있는지, 또 이를 실행했을 때 주주사가 얼마를 어떤 이유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 1500억 추가 투입 의지…석화업계 “DL, 모럴 헤저드”

반면 한화그룹은 YNCC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 역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신규자금을 지원해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이미 Y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

하지만 합작 계약 상 증자나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의 단독 결정으로 불가능하다. 한화와 DL에서 각각 3명씩으로 구성된 YNCC 이사회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화는 주주사의 각 1500억원 자금 지원과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자산 유동화 담보 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달 디폴트를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공장 중단에 따른 연 900억원의 비용 절감, DL의 반대로 못하고 있는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개선 등 자구책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양사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DL 측은 한화가 YNCC의 부채 중 절반 가량을 부담하고 경영권을 정리하는 내용을 제안했음에도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DL과 이 회장에 대한 ‘모럴 해저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여천NCC 합작 이후 DL은 25년간 4조4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배당금 가운데 절반인 2조2000억원을 벌었지만 워크아웃만 강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YNCC는 2020년 마지막 배당을 했는데, 당시 배당성향 14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주주사가 지원을 하지 않으며 YNCC는 당장 디폴트”라며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실행한다면 속도가 느릴 수는 있으나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고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천NCC 전경. 한화 제공.
여천NCC 전경. 한화 제공.
박한나 기자(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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