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알뜰폰(MVNO)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국민은행의 독주 체제에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이 잇따라 뛰어들며 판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에서 고객 이탈이 늘어난 점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알뜰폰 사업자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새롭게 선보였다. 제휴 요금제 출시로는 약 5년 만의 재진입이다. 이번 요금제는 데이터 중심 실속형 요금제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하나은행 계좌로 휴대폰 요금을 자동이체하면 매월 3000원의 요금 할인을 최대 12개월간 제공한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포인트, 건강검진 할인 등 다양한 이벤트 혜택도 함께 마련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통신의 결합을 통해 손님께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혜택을 드리고자 이번 제휴를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손님의 일상생활을 더욱 알차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자체 브랜드 ‘우리WON모바일’을 선보이며 알뜰폰 시장에 공식 진입했다. 금융앱 ‘우리WON뱅킹’과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100% 비대면 개통이 가능하고 만 18세 이하 청소년도 셀프 개통할 수 있는 업계 최초의 기능을 도입해 출시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요금제는 5000원대부터 3만원대까지 약 30종으로 구성됐으며 예·적금 상품 보유나 급여이체 실적에 따라 최대 월 3300원의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우리은행은 고금리 적금, 전용 카드, 통신비 연동 혜택 등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다양한 상품을 통해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2만명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출시 100일을 기념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29만9000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100일 페스타’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한 달간 개통 고객에게는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기본 제공하고 요금제와 추천 실적에 따라 추가 포인트 및 요금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농협은행 역시 지난 6월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 2종을 출시하며 시장에 합류했다. ‘NH멤버스 요금제’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해당 상품은 통신비 자동이체 시 NH포인트를 적립해주고 농협은행 고객 대상 전용 요금제를 통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전국 단위 영업망을 기반으로 중소도시·농촌지역 고객까지 흡수하며 시장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도전에도 금융권 알뜰폰 시장에서 국민은행의 독주 체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자체 알뜰폰 브랜드 ‘KB리브모바일’을 출시한 이후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리브모바일은 금융·통신 융합 모델을 앞세워 무약정 요금제, 데이터 나눔, 환급형 요금제, eSIM 등 차별화된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알뜰폰 서비스가 은행의 정식 부수업무로 지정되며 사업 안정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올해 6월 말 기준 리브모바일 가입자는 약 43만7000명으로 확대됐다. 2위를 차지한 토스모바일이 약 10만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권 알뜰폰 시장에서 리브모바일의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브모바일은 다른 알뜰폰 사업자뿐 아니라 이동통신 3사와 비교해도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소비자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반기별 이동통신 만족도 조사에서 2021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8회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 차원을 넘어 금융과 통신 데이터를 융합해 고객 기반을 확장하려는 전략적 목적에 가깝다. 통신 서비스는 2030세대와 실속형 소비자를 겨냥한 유입 통로로 활용될 수 있고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강화, 신용 평가 고도화 등 핀테크 경쟁력 확보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동통신 요금 할인, 데이터 환급, 금융 상품과의 연계 혜택 등을 결합하면 기존 통신사와의 차별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알뜰폰은 단순히 통신비를 아끼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과 생활을 연결하는 핵심 접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협력, 맞춤형 요금제 설계 등 전략적 진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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