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고 싶다”고 스스로 밝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은 허언이었나.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사면·복권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정치권 뉴스 메인을 떡하니 장식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 조용히 지내고 싶다던 그의 꿈이 또 한 번 부서졌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8·15 광복절에 개최되는 이재명 대통령 정식 취임 기념행사인 ‘국민임명식’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은 면담 말미에 조 전 대표 사면·복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고, 우 수석은 의견을 청취한 뒤 강훈식 비서실장에 전달했다.
최근 종교계까지 조 전 대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결단만 남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표 사면·복권에 대한 찬반 여론이 첨예한 만큼, 대통령실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진행된 여론조사(조사기간 지난달 28~29일·조사대상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36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ARS(RDD) 무선전화 방식·응답률 4.5%·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조 전 대표 사면 찬성은 45.8%, 반대는 45.4%로 팽팽했다.
이번 조 전 대표 사면 관련 의견 전달 외에도 문 전 대통령의 정치발언은 퇴임 이후부터 쭉 이어졌다.
지난해 4·10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후보 유세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 국면에서 우회 지원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민주당의 스피커를 자처했던 그는 당시 윤석열 정부를 강한 어조로 공개 비판했다.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본 것 같다.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는 현직 정치인에 버금가는 고강도 정치발언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지난 3월 제주 4·3사건 제77주년을 앞두고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기나긴 침묵 밖으로’라는 도서를 추천한 문 전 대통령은 “12·3 내란사태 이후 혼란스런 국내 상황을 빗대 나라가 이 지경이니 책 읽을 기분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4·3을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국가폭력이 자행한 가장 큰 비극이며,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대물림되기 마련인데, 이번 계엄 내란이 적나라하게 보여준 군사력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절멸시키려는 광기와 야만의 원형을 제주 4·3에서 찾을 수 있다”고 윤 전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논쟁이 거세게 일었던 주요 시점마다 어김없이 등판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직 대통령 말의 무게감이 막중하다. 결국엔 논쟁이 될 여지가 있는 정치발언을 최대한 줄여야 국민적 대립도 감소한다. 문 전 대통령을 보면서 언사안정(言辭安定)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권준영 기자(kjykj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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