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명의를 이용해 주식 차명 거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의원은 가히 국회의원 범죄의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이 의원은 5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또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듯 6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 의원을 당에서 제명했으며, 경남 저도에서 휴가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엄중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이 의원이 받고 있는 혐의는 한둘이 아니다. 본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에서 휴대폰으로 보좌관 이름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했다. 보좌관은 이 의원이 자신의 휴대폰을 잘못 가지고 갔다고 해명했지만, 주식 거래를 위해선 비밀번호 등을 알아야 한다. 차명 거래가 아니라면 이 의원이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는 셈이다. 해당 보좌관에 대한 ‘갑질’이 아니었다면 차명 계좌를 개설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차명 거래는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게다가 이 의원이 가진 종목은 네이버와 LG CNS, 카카오페이 등 매입금 기준 1억원 액수로 모두 인공지능(AI) 관련주다. 이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으로, AI 관련 정책을 미리 알 수 있는 위치다. 과기정통부는 4일 네이버 등 5개 컨소시엄을 ‘K-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후보자로 선정했다. 미공개 정보를 주식투자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공직자 재산신고때 한번도 주식보유 사실을 공개한 바 없다. 공직자윤리법도 어긴 것이다. 이 의원의 이런 ‘범죄 의혹’들은 꼬리자르기식 당 제명 쇼만으로는 안된다. 당 제명전 탈당했으니 효과도 없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의원직도 박탈할 사안이다.
이 의원의 일탈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론 국민과 국회 파트너인 야당을 무시하고 독재 경향으로 치닫는 거대 여당의 ‘무소불위’ 오만이 도사리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내란 척결’을 명분으로 야당은 말살해야 할 집단이라며 악수도 해선 안될 존재라고 한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였다가 낙마한 강선우 의원은 보좌관들에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기집 변기 수리까지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 정 대표는 취임하자 마자 일성으로 이런 강선우 의원을 감쌌다. 김민석 의원(국무총리)은 후원금과 배추밭 투자 논란이, 정동영 의원(통일부 장관)은 집안이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도 태양광 지원 법안을 냈다. 안규백 의원(국방부 장관)은 복무기간보다 8개월이나 더 방위병으로 복무했으면서도 왜 그랬는지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이같은 의혹에도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고, 법사위원장이 된 것이다. 국회 상임위 회기 중 코인 거래로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슬그머니 복당한 김남국 전 의원은 대통령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버닝썬 성범죄 사건’ 피의자를 변호했던 전치영 변호사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다. 국민을 개구리나 가재쯤으로 보는 오만함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염치없는 일들을 한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는 고위 공직자 자리에 오를 수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라도 여당은 깊이 반성하고, 국민들이 표를 준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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