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주민들이 배급받은 식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주민들이 배급받은 식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식량을 받으러 온 주민 수십명이 또 이스라엘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화하자 영국은 중증 어린이 300명을 자국으로 데려와 치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전날 새벽 이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62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최소 38명은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소 등지에서 식량을 구하려던 주민들이었습니다. 또 이스라엘 국경 인근 지킴 검문소에서도 식량을 받으려고 몰려든 군중 가운데 19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이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 미 당국자들이 지난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방문해 GHF 구호품 배급소를 살펴보고 돌아간 다음 날 벌어진 참극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발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며 가자지구 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가 5월에 봉쇄를 일부 해제하며 미국과 함께 세운 GHF를 통해 제한적 배급만 허용했지요. 그러나 이후 식량이 바닥나면서 기아 위기가 악화했으며, 식량을 얻으려고 배급소에 몰려든 군중을 향한 이스라엘군 발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GHF 배급소 근처에서 859명이 사망했고, 유엔 주도 식량 수송 경로에서도 수백 명이 숨지는 등 식량을 받으려다 사망한 주민은 8월 1일 기준 1373명에 달합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주민 6만430명이 숨지고 14만8722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쟁 발발 후 어린이 93명을 포함해 169명이 굶주림이나 영양실조로 사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사회 압박에 이스라엘은 지난주 제한적인 교전 중단과 구호품 공중 투하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가자 주민들에게 식량이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최악의 기근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도 하루 동안 아동을 포함한 7명이 영양실조로 사망했습니다.

이렇게 인도적 참사와 기아가 악화하자 영국이 가자 어린이들을 자국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는 최대 300명의 가자 어린이를 자국으로 데려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통해 치료받게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주 안에 세부 사항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으로 오는 어린이는 각각 부모나 보호자를 동반하며 필요한 경우 형제자매도 같이 오게 됩니다. 이와 관련한 생체 및 보안 검사는 가자지구 출발 전 내무부에서 수행합니다. 소식통들은 영국으로 오는 어린이 중 일부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부상 정도가 심각한 어린이들을 영국으로 대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지요.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치료를 위해 영국 의료 비자를 받은 어린이 또는 청소년은 3명에 불과합니다. 이 중 한 명인 마즈디 알샤그노비(15)는 지난주 어머니, 형, 여동생과 함께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마즈디는 작년 2월 가자지구 북부에서 인도주의 구호품을 받으러 가던 중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탱크 포탄이 폭발하면서 턱뼈가 부서지고 다리를 다쳤습니다. 다친 턱뼈 때문에 먹거나 웃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런던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수술받을 예정입니다.

영국 외에도 이탈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루마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자지구의 어린이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이들이 받아들인 어린이 환자는 200명 정도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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