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또 동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 인하 압박에도 제롬 파월(사진) 연준 의장은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공개한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로써 연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개최된 다섯 번의 FOMC에서 5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 “현 정책이 부적절하게 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9월 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해선 “동시에 해결해야 할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그 과정의 끝이 매우 가깝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해 연준의 관망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국채 이자 부담 경감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잇따른 금리 동결에 강한 불만을 표해왔지요. 이번 회의를 앞두고는 파월 의장의 거취 문제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습니다.
이날도 FOMC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예상치를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3%)을 거론하며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지금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은 이번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만장일치는 아니었습니다. 위원 12명 중 파월 의장을 포함해 9명이 금리 동결에 찬성했고, 미셸 보먼(연준 부의장)·크리스토퍼 월러(연준 이사) 위원은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 의견을 냈습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위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FOMC 위원 2명 이상이 소수 의견을 낸 것은 2020년 이래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하고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때론 노골적으로 비난까지 퍼붓는데도 파월 의장은 흔들림이 없습니다. 언론은 이를 ‘연준의 독립성’이라 표현합니다. 여기에는 중앙은행 수장의 신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치인 입장에선 금리 인하가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에는 유리하지요. 하지만 연준 입장에선 섣부른 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경제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꿈쩍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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