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친람식’ 국정 운영 바람직 안해, 일개 시와 국가 운영은 달라
내각 인선, 기대감 못줘… 민주당 운영체제를 국정으로 확대한 것
‘국민주권’ 위로부터 통치 명분으로 악용되면 대중 포퓰리즘 위험
국힘, 자생력 보여준 적 없어… ‘경쟁력 있는 야당’이 최대 과제
최우선 개혁 대상은 정치… 사법·검찰·언론 개혁 운운 옳지 않아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만흠 정치평론가·前국회입법조사처장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성남 시장 리더십’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정(市政)과 국정(國政)은 다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 리더십’이 실패로 끝난 것처럼 지난 두달동안의 시장 리더십으로 국정 운영을 지속할 경우 국민주권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24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만난 김만흠(68)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정치학 박사·시사평론가)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부터 얘기를 꺼냈다. 국가를 운영하려면 ‘만기친람식’을 넘어선 더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전 처장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을 점수로 나타내면 63점 수준이라며 이 대통령처럼 탄핵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초기의 80%대에 훨씬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 대통령 스스로가 밝혔듯 국민통합과 민생 경제 살리기가 시대적 과제인데 특히 통합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초대 내각 인선 또한 국민들에 기대감을 주지 못했다며 현역 의원이 9명이나 장관에 임명된 것은 민주당 운영체제를 국정으로 확대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 전 처장은 “마음에 안들면 아무 때나 국무위원을 바꾸면 된다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생각해볼 점이 있다”며 ‘국민주권’이라는 용어가 위로부터의 (강압적) 통치 명분 악용되면 대중적 포퓰리즘의 위험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관련해선 지금까지 자생력을 보여준 적이 한번도 없다며 ‘경쟁력 있는 야당’이 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당들은 마약 조직 같은 ‘이권 카르텔’에 다름없다”며 큰 정당 순으로 투표용지 기호를 주는 공직선거법 150조가 제왕적 양당체제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사회 공통의 대의가 사라지고 정치가 권력 투쟁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우선 개혁 대상인 정치가 사법·검찰·언론 개혁 운운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은 특히 ‘정치문명’이 바뀌고 있다며 국민들간 공통의 ‘공유기반’ 무너지고 이쪽과 저쪽의 상식이 달라 민주주의가 퇴락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김 전 처장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해박한 인문학의 지식과 깊이 있는 정치 이해로 여러 방송사에서 패널과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재인 정부때 국회입법조사처장을 지냈으며, 새로운미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포퓰리즘의 정치전쟁: 종교화된 진영정치’, ‘김만흠의 15분 정치학 강의’, ‘새로운 리더십 분열에서 소통으로’ 등 여러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두달이 다돼 갑니다. 이(李) 정부에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시대적 사명은 지난 대선때 득표율로 표출이 됐다고 봅니다. 당시 이재명 후보가 49%였고,김문수 후보는 41%였습니다. 이 숫자가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황당한 비상계엄을 했고 탄핵당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는데 심판의 주체로 등장한 이재명 후보가 49% 밖에 못 얻은 점을 생각해봐야 됩니다. 비상계엄을 하고 또 탄핵까지 당한 당 출신 후보가 41%를 얻었습니다. 이는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시대 정신은 첫째 49%로 표현됐던,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실패한 정권을 반복하지 않고 청산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41%, 이준석 후보까지 포함하면 50% 가깝게 다른 의견을 보냈다는 겁니다. 이는 당시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 사법적인 책임의 문제 및 민주주의에 어긋하는 민주당의 구조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었다고 해석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두가지의 시대적 사명 중 하나는 탄핵으로 해결이 됐고 나머지는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가 자성하면서 고쳐야 될 부분이라고 봅니다.”
- 지난 두달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숨가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떤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갤럽이 64%, 리얼미터가 62% 수준이니 중간인 63점 정도를 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집권 초의 기세가 있고 다른 한쪽은 몰락해 있는 상태인데 60%대 나온다고 하더라도 결코 좋은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탄핵을 배경으로 2017년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80%였습니다. 취임 첫 달 기록이 83~84%에 달했죠. 그렇게 본다면 지금 결코 높은 점수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봅니다.”
-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대한 기대가 예전보다 높아졌지만 앞에 놓여 있는 장애물도 만만찮은 게 현실입니다.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무엇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스스로 취임사에서 밝혔습니다. 증오 갈등보다는 화해의 다리를 놓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얘기했어요. 국민 통합과 민생 경제 살리기입니다. 경제 살리기 같은 경우에는 우리 정도의 경제 규모에서 정부가 경제를 마구 흔드는 건 오히려 장애 요인은 될 수가 있죠. 정부가 한두 달 내 경제를 바꿀 수 있는건 아닙니다. 더 큰 메시지는 모든 대통령에게 부여되었고 스스로가 얘기했던 국민통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초반에는 이를 강조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 용어가 사라졌습니다. 민주당에서도 마찬가지죠. 통합 얘기는 꺼내지 마라, 그건 오히려 배신이다, 지금 내란 세력 청산이 우선 과제라는 겁니다. 경제 살리기는 당장 정권이 어떻게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국민 통합은 야당을 대하는 태도나 인사 문제에서 보여줘야 되는데 가시적인 것을 보여주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 이 대통령이 정치적 빚이 너무 많아 국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견줘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과거 정치인들의 빚은 집권하는 데 누구의 도움을 받았거나 이런 건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건 아니었다고 봅니다. 선거의 핵심 캠페인과 프레임이 내란 청산 아니었습니까? 사실 그걸로 몰아갔었죠. 국민의 70%대가 거기에 동조하는 쪽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집권 과정 자체에서의 빚은 딱히 말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흔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할때 ‘검찰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집권 기간 내내 검찰 리더십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윤 전 대통령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특유한 스타일, 동네 형처럼 술자리에서 호통 치듯 하는 그런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마지막 계엄 선포도 그런 식으로 했던 거고. 여기에 대비시킨다면 이재명 대통령하면 ‘성남 시장 리더십’이 떠오릅니다. 국정 운영을 윤 전 대통령처럼 검찰 리더십으로 하면 안 되죠. 검찰은 지휘체계가 있고 일사불란해야 하지만, 국민 통합을 하려면 언론의 비판을 들어야 하고 인재도 충성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포괄적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을 해야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성공하려면 성남시장 리더십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가 운영과 성남시 운영이 같겠습니까? 완전히 다르죠. 성남시 시민이 100만명 가까이 되지만 일개 시를 행정적으로 통치하는 방식의 리더십과 국정 운영을 통괄하는 리더십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성남 시장 리더십이 엿보입니다. 대표적인 게 지방자치단체까지 만기친람식으로 돌면서 타운홀 미팅을 하는 방식입니다. 성남시 때는 시장 본인이 시장까지 돌아다니면서 직접 소통해도 가능했을 겁니다. 현장형을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챙긴다는 의미로 할 수 있을 것인데, 전국을 돌면서 지역에 따라서 타운홀 미팅을 하는 것은 성남시장 리더십 그대로 기계적으로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30년이 돼 더 완전한 분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거기까지 가서 직접 하겠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하나 국무위원을 비롯한 인사에서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니 대통령이 하는 얘기가 마음에 안 들거나 국민들이 싫어하면 그냥 바꾸면 되지 식의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 행정 차원에서는 누구 시켰다가 안 맞으면 바꿔버리면 되지만 국무위원급은 그래선 안됩니다. 누구를 임명 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에 전달되는 메시지가 다릅니다. 또 그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입니까?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긴 합니다. 제가 현장을 취재하지 않아 단정하긴 어려운데 인사에 있어 성남시에서부터 이끌어왔던 사람들의 영향력이라든가 연줄이 많이 작용하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이 있습니다. 검찰 리더십으로 비판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하고 또 다른 유형으로서의 성남시장 리더십이 지속된다면 우려가 됩니다.”
- 초대 내각 구성이 마무리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습니다. 초대 내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국민들은 내각 인사를 보고 어떤 정부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특별한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전의 권력과 이재명은 다르다고 얘기했었는데 뭔가 다름을 줄 만한 계기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총리까지 포함하면 장관급이 20명인데 그 중 9명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채웠습니다. 역대 이런 경우는 없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때 총리를 포함해 10명의 의원들을 임명했었는데, 당시는 김종필 총리와의 DJP 연합정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당시는 장관들에 대한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이라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되고 연합정부도 아닌 상태에서 의원이 9명이나 내각에 등용된 것도 특징할 만한 일입니다. 이재명 당 대표 당시 비판하는 쪽에서는 전체주의적인 냄새까지 난다고 했었는데 현재 내각은 당 체제를 국정 운영으로 확대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당 정부가 아니고 국민의 정부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주권정부가 되려면 당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도 국민의 대표성을 더 강조해야 하는데, 내각제처럼 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형상 이들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등용된 사람들은 모두 다선 의원들입니다. 5선이 2명, 4선이 4명, 3선이 3명입니다. 재선이 유일하게 강선우 후보자였었는데 낙마했죠. 아시다시피 이 대통령이 당 대표로 활동할 때 전위부대처럼 강한 친명 이미지를 준 사람들은 초재선 의원들이었습니다. 다선 의원들은 그렇게 전면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김민석 총리 정도가 예외였죠. 또한 이들을 제외한 장관들이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줬느냐는 것도 의문입니다. 그보다는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사람 중 두 사람을 특히 지적할 만합니다. 기본사회론을 주장하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투기성 불로소득이 엄청났습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인사죠. 이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뽑아놓고 나서 마음에 안 들면 바꾸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인사를 통해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는 못했다라고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일이 8월 2일로 다가왔습니다. 정청래·박찬대 의원이 경쟁하고 있는데 누가 대표에 선출될 것으로 보십니까?
“(정청래 후보가 앞서 나가는) 추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권리당원 투표는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고요. 나머지 대의원 선거 15%하고 30%의 국민 여론조사가 마지막인데 여론조사 또한 일관된 추세가 나오고 있습니다.”
- 정부와 민주당은 당정대의 일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에서도 보았듯 여당이 대통령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주권정부가 성공하려면 대통령과 여당 간 관계가 어떻게 돼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제도상으로 문제입니다. 사실 여당, 야당은 내각제에서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미국에서 공화당을 보고 여당이라고 부르나요? 이전에 바이든이 집권했을 때 민주당을 여당이라고 불렀나요? 안 부릅니다. 다수당이냐 아니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처럼 여소야대라는 표현도 성립이 안됩니다. 여소야대인 경우는 분점 정부라는 말을 많이 쓰죠. 교과서에서 우리나 정부 형태를 권력 분립형이라고 쓰여 있나 모르겠는데 학문적으로 분류하면 권력 융합형 대통령제입니다. 제도적으로는 융합형은 내각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권력을 잡으면 다 쏠려가게 됩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장관으로 차출되는 건 권력 융합형 대통령제로 볼 수 있습니다. 국회를 완전히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지금은 국회와 대통령이 일원화돼 있습니다. 당정대의 일원화에 오히려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 건 맞는 지적입니다. 당이 아래로부터 민심을 수렴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좋지만 그게 아니고 위에서 뽑아가는 형태로 통치가 이뤄진다는 건 국민주권 논리와 어긋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에 계실 때 당원 주권을 얘기했었죠. 당원 주권의 헤게모니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뜻이었습니다. 국민주권도 그런 식으로 가면 대중적인 포퓰리즘으로 가게 됩니다. 헌법 1조에 들어 있는 국민 주권의 원리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국민 동원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야당은 내란 세력이라며 척결 대상으로 돼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이나 메커니즘으로 국민을 통합적으로 대표할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진보의 20년 집권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진보의 장기 집권은 가능할까요?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을 얘기했는데 20년 갔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5년 만에 바뀌었죠. 그것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검찰 출신에 졌습니다. 이는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에 집권한 것이 아니라 상대 세력의 실패, 적당한 실패 정도가 아니라 대실패로 인해 집권했다는 겁니다. 국민주권 얘기를 하는데 저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 유형들이 다 ‘국민’에 토대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SNS 시대와 맞물려 국민들이 정치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정치문화를 넘어 정치문명이 바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대선때 김문수 후보가 41.15%를 득표했는데, 이처럼 지지율이 추락한 것은 무엇 이유입니까?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는지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것이 관건입니다. 국민의 70~80%가 잘못됐다고 심판하는 쪽이었고 거기에다 새로운 집권 세력의 기세까지 몰려 있기 때문에 이에 철저하게 대응책을 만들지 않으면 이 국면을 극복하기 어렵죠. 문재인 정부 초기 자유한국당 때도 지지율이 10%대였습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크게 약점이 없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처럼 사법 리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게 나라냐라는 문제의식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양당이 서로 약점이 있는 상황에서 혁신 경쟁을 해야 될텐데 혁신의 에너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근원적으로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자생력을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봅니다. 특정 세력이 집권하면 거기에 같이 붙어서 왔던 그런 정도입니다. 그나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으로 개편하면서 정당의 모습을 갖춰보려 하다가 탄핵되면서 유야무야됐습니다. 실질적으로 큰 정당은 민주당 정도인데 민주당도 요즘 이런 신세가 돼 있어 한국 정당 정치 자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 국민의힘도 8월 22일 당대표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적지 않은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누가 유리하다고 보십니까?
“크게 쟁점이 형성돼 있지 않습니다.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내부에서 다투는 정도입니다. 만약에 40% 정도 지지가 나오고 잘하면 정권을 차지할 수 있겠다고 했을 경우나 총선을 앞두고 있다면 누가 대표가 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긴장감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오히려 지방선거가 긴장감을 덜 주고 있다고 봅니다. 차기 총선을 향한 내부 경쟁은 지방선거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정치 경험을 가장 많이 했던 사람이 유리한 추세가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 보수는 아직도 대선 패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수의 재건에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보수 자체를 재건하자는 건지 아니면 현재 보수 세력이라고 불리는 세력을 재건하자는 건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저는 보수 자체는 가치가 아니라 역사적인 태도로 봅니다. 역사적인 태도를 목적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가치를 기준으로 얘기한다면 어떤 가치를 세우자라고 나서야 되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서 어떤 가치를 세우자라고 하는 게 있습니까? 다음으로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다면 107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힘을 재건하자는 건 말 자체가 안 맞습니다. 현재 통할 수 있는 명분은 ‘경쟁력 있는 야당’을 만들자이지, 보수의 재건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 민주주의가 퇴락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민주주의는 국민주권, 시민주권에 토대를 둔 정치원리가 작동하는 체제입니다. 시민은 한 사람이 아니고 의견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무수한 사람들입니다. 다양한 의견들을 이끌어가면서 공공선을 확대시킬 수 있다면 그만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건데 현재 다양한 의견이 반영이 안 되고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진영 정치’가 극대화되고 있는 거죠.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국민들이 공유하는 기반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반이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쪽의 상식과 저쪽의 상식이 다른 거죠. 이상적인 것은 공유 기반은 같고 리더십 스타일만 두고 누가 더 잘할 수 있는가를 경쟁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이를 매개하는 역할이 정당입니다. 정당은 우리 공동체가 가야 할 가치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당들은 그런 국가적인 공의(公義)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자기 내부의 권력 집단, 카르텔일 뿐입니다. 조폭이나 마약 조직 집단 같은 카르텔에 가장 중요한 건 세력의 이권이죠. 현재 우리 정당들은 그 정당 세력의 권력 이권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공’(公)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정당 민주주의라고 하면 국민 이익을 많이 반영하려고 정당끼리 서로 싸우면서 공의를 키워 가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은 어느 쪽이 이권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물론 여기엔 결정적으로 소셜미디어와 SNS가 지배하는 시대적인 환경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세요.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을 두고 ‘언론이 대통령을 이겨 먹으려고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통 같으면 상상할 수 있는 용어입니까? 이렇게 진영화 돼버린 상태입니다. 앞서 정치문명이라는 용어를 언급했는데 과거엔 이런 문제를 결국 국민들이 시정했습니다. ‘시민이 마지막 보루’라고 했었는데 요새 우리의 시민들은 같이 진영화돼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시민들도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완전히 진영화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망했던 게 보수 유튜버에 집착하다가 그랬다고 얘기하는데 진보 진영은 더 심합니다. 과거 정치학 이론에선 국민들의 이런 패턴을 정치문화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저는 문화 차원을 떠나 질적으로 다른 정치문명이 바뀌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 입법 권력의 비대화와 3권 분립의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대의 권력의 사유화를 우려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대의 권력이라는 것이 크게 보면 선출직으로는 대통령 권력이 있고 그다음에 국회 입법 권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권력들이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민주당 대표 경선을 하면서 후보들이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언론 개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권력, 입법 권력에 이어 나머지 모든 권력을 본인들의 방향으로 맞추겠다는 겁니다. 이게 전체주의 체제가 되는 것 말로 뭐가 있습니까? 한국행정연구원에 사회통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검찰, 사법부, 언론, 정치 중 (국민들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쪽이 정치 정당입니다. 이런 정치, 정당이 다른 쪽을 개혁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해선 최우선적인 개혁 대상은 정치입니다. 이런 정치가 나서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심지어 언론 개혁까지 얘기하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의 복원을 위해선 정치 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공유기반’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무너져 버렸습니다. 한 진영에 속하지 않으면 정치적인 성공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면 양당에 들어가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성장이 어렵기 때문에 진영정치가 난무합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양대 정당에 특혜를 주는 나라가 없습니다. 우리 제1의 개혁 과제는 양당 독점 체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법적으로 양당 독점 체제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법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정치적으로 성장하려면 그 독점 체제에서 빠져나오면 안 되는 거죠. 마약 카르텔처럼 조직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활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충성을 할 수 밖에 없고, 충성할수록 더 양극화됩니다. 국회의원들을 보면 국민의 대표라기보다는 카르텔의 조직원처럼 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건 공직선거법 150조입니다. 위헌적 조항인데, 선거 투표에서 큰 정당 순으로 기호를 주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없어요. 이는 개헌보다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큰 정당에 앞 번호를 주는 것은 프리미엄입니다. 현재 교육감 선거는 기초 단위별로 순서를 돌려줍니다. 총선도 교육감 선거 방식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순서는 추첨으로 정하는 겁니다. 추첨으로 정하고 기호 또한 없어야 됩니다. 기호가 가지는 선입견도 있고. 2010년 교육위원 선거에서 93%가 1, 2번이 뽑혔습니다. 그래서 추첨이 로또가 돼버린다 해서 추첨을 하되 단위별로 순서를 돌려주는 로테이션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외국도 다 추첨입니다. 심지어는 알파벳 순으로 하기도 합니다. 일본은 아예 1번 순서가 없고 그냥 후보 이름을 씁니다. 미국도 30여개 주에서 순서를 정해주는 게 위헌 결정이 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 했느냐 현역 주지사가 있는 쪽이라든가 뭐가 있는 쪽에 앞쪽을 줬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우리 지역구 후보자 투표 용지 맨 앞에 번호가 나오고 번호 다음에 후보자 이름이 나옵니까? 아닙니다. 정당 이름이 먼저 나옵니다. 그 다음에 후보자 이름이 나옵니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어요. 지역 후보를 뽑는데 왜 당을 뽑습니까? 알 만한 나라 중에서 기호가 있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한데 연방 체제인 독일은 주별로 번호가 다릅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에서 신진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동안에 6~7번 위헌 제청을 했는데 헌재가 다 기각 각하했습니다. 정당 정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헌재가 얘기했는데, 정당 정치에 대한 특혜와 정당 정치 보호를 헷갈리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공직선거법 150조 하나만 가지고도 엄청난 특혜입니다.”
- 대선 전 개헌 논의가 분출하더니 지금은 상대적으로 소강 상태입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개헌을 적극 얘기했던 분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저도 공감을 하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현재 권력 구조 자체가 권력 분립의 정합성을 띠고 있지 않으며, 대의 권력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점입니다. 의원 임기는 4년 동안 무조건 보장됩니다. 그걸 대체한다고 국민소환제를 거론합니다만 저는 그것보다는 임기를 3년 정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한다면 굳이 다른 특권을 고칠 필요도 없습니다. 간혹 헌법에 기본권 조항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만약 헌법에 잘못 규정돼 기본권이 보호되고 있지 않다면 당연히 바로 고쳐야죠. 그런데 헌법 때문에 기본권 보장이 안 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중앙의 대의권력 체제하고 관련된 문제가 개헌 상황이지 기본권 문제 자체를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헌법에서 지방정부로 구분해 주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로 하는 것은 법률로서 시정할 수 있습니다.”
- 정치의 분열, 종교화된 진영정치에 따른 국민의 분열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같은 갈등구조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요?
“정치가 사회 영역에 침범했을 경우 사회적 연민과 건강은 무너져 버립니다. 우리나라를 두고 ‘중앙 권력을 향해 소용돌이 치는 사회’라고 정치학자 핸더슨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중앙을 향해 소용돌이 치는 에너지가 산업화, 민주화의 동력이 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공통의 목적, 공통의 대의를 향한 그런 게 없어요. 정치가 권력 투쟁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게 사람들한테 많이 침투가 돼 있습니다. (케이블TV 엠넷의 댄스 경연 프로그램인)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최근 각 나라의 내셔널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는 주제를 내걸고 댄스 경연을 했습니다. 미국 팀이 들고 나온 주제가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었어요. ‘위 더 피플’은 미국 헌법의 출발 단어입니다. 우리 헌법 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똑같은 의미죠. 미국 팀은 미국 사회가 요즘 분열되고 있다, 트럼프는 배제 정치를 하고 있다, 나라도 그만큼 쪼개지고 있다, 이제 이렇게 뭉쳐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사람들한테는 복합적인 감정, 때로는 증오심도 있고 갈등 요소도 있고 어떨 때는 연민의 감정도 있고 하는 것인데 정치가 불러내고 있는 건 죽음과 분열뿐입니다. 그렇게 돼서 1930~1940년대 파시즘이 나온 겁니다. 저는 언론도 여기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된다고 봅니다. 언론들도 진영 정치를 그대로 재생산하고 있거든요.”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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