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현금인출기(ATM)가 모여 있는 서울의 한 거리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은행 현금인출기(ATM)가 모여 있는 서울의 한 거리를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 달라”고 말했다. 예대마진 등 이자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실물 경제에 기여하는 생산적 자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몇년 간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시중 은행들을 겨냥한 말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21조924억원의 이자 이익을 기록했다. ‘이자 장사’로만 21조원 넘게 벌은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은 금융이 본연의 역할인 자금중개와 경제성장 지원 기능을 외면한 채, 부동산담보대출과 가계대출 같은 저위험·고수익 모델에 안주하고 있는 현실을 짚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산업·혁신·미래투자보다 안정적 수익만 챙겨왔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4조730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2조4818억원으로 4.2% 불어났다. 증가액이나 증가율 면에서 모두 주택담보대출이 중소기업대출보다 10배 안팎 증가한 것이다. 결국 돈은 산업으로 흐르지 않았고, 혁신경제는 자금난에 숨을 헐떡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28일 금융권과 간담회를 열고 생산적 금융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제는 금융의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예대마진이라는 전통적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금융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손쉬운 대출이 아닌,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의 혁신을 이끄는 금융, ‘이자 놀이’가 아닌 ‘산업동반자’로서의 금융, 이것이 이 시대가 금융권에 요구하는 새로운 사명이자 책임이다. 지금이야말로 금융이 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이다. 민간 금융은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돌아봐야 하고, 금융당국은 생산적 자금 흐름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돈은 흘러야 하고, 흘러야 경제가 살아난다. 산업을 살리는 금융, 그것이 현재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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