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증세로 방향을 틀었다. 복지 등 급속도로 늘어나는 세출로 인해 나라살림 적자가 갈수록 불어나자 증세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주요 증세 대상은 기업과 부자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이재명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는 세수기반 확대 조치들이 여럿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지난 2022년 년 윤석열 정부 시절 세법 개정을 통해 1%포인트 인하된 법인세 최고 세율은 24%에서 25%로 다시 오를 전망이다. 또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도 현행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0.15%인 증권거래세도 문재인 정부때인 0.25%로 오르고, 비과세되는 감액배당에도 새로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상속세 완화도 유야무야됐다. 기재부는 조만간 대통령실과 세부 조정을 거쳐 세제 개편 최종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낙수효과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감세의 효과는 단기가 아닌 장기에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세율 인하는 규제 완화와 함께 시행돼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 반기업 법안과 정서가 팽배한 데 어느 기업이 한국에서 투자를 늘리려 할 것인가. 구 부총리는 법인세가 2022년 약 100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감세 때문이라고 했지만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이 내는 이익이 크게 줄은 영향이 더 크다. 현재도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지방소득세 포함)로, OECD 평균 23.9%보다 2.5%포인트 높다.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 법인세율을 웃돈다. 실질적인 세 부담은 더 크다. 2022년 법인세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5.4%로, OECD 회원국 중 노르웨이와 칠레에 이어 세번째로 높았다. 상장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확대, 증권거래세 인상은 개미투자자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세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세수 대비 지출이 워낙 커 해마다 막대한 재정적자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과 부자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경제의 활력을 꺾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중이지만 그보다는 퍼주기 논란을 부르는 포퓰리즘적 지출을 줄이는게 급선무다. 민생회복 지원금을 1인당 15만~55만원씩 부자들에게까지 나눠주면서 10조3000억원의 국비를 쓰는 것은 포퓰리즘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보편적 복지 대신 선별적 복지를 통해 정부 씀씀이를 줄어야 한다.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높여 모든 국민이 적더라도 세금을 내도록 세원(稅源)을 넓혀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부가세율을 소폭 올려 지속가능한 재정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초·중·고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내국세와 연동돼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줄여 세출을 아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법에 따라 자동으로 지출하게 돼 있는 의무지출 교육교부금 비중은 2024년 19.8%에서 2028년 20.5%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2021년 연구보고서에서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방식 등을 개편하면 2021∼2060년동안 약146조8000억원, 연평균 25조원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교부금 확대 대신 교육교부금과 지방교부금 사이 ‘칸막이’를 없애 지방 재정을 통합 운영하는 것도 지출을 줄이는 한 방안이다. 선거에서의 표를 겨냥해 마구잡이식으로 세금을 쓰는 재정 포퓰리즘은 마약과도 같은 것으로, 저성장에 돌입한 지금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릴 위험성이 농후하다. 증세보다는 ‘재정 포퓰리즘’의 타파가 먼저다. 그래야 국민들도 증세에 동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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