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고는 했지만, 맡겠다는 곳은 없고….'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안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됐다.
정부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하면서도 혹시 모를 후폭풍 탓인지 입법 부처 소관을 서로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만 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한숨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외식업주가 배달앱에서 음식을 판매할 때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로, 결제 수수료와 배달비 등을 합한 총수수료가 주문 금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20일 정치권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소관부처가 되는 것을 서로 떠밀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배달앱 시장에서 각 부처가 수수료 상한제라는 핵심 신설 규제를 떠맡는데 부담이 큰 것 때문으로 보이나, 당장 하루가 급한 자영업자들로서는 정부의 이런 태도에 속만 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현재 소상공인들은 '팔아도 남는게 없다'며 배달앱 수수료 구조의 조속한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등 자영업자들은 "현행 배달 플랫폼 총수수료가 주문 금액의 30∼40%에 달한다"며 이를 15%가량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수료 수입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플랫폼들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비용 축소를 위해 배달 라이더의 보수 체계를 바꾸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이 이해관계가 복잡히 얽힌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규제인 만큼, 입법안을 어떤 부처 소관의 법안으로 할지를 두고 부처간 내홍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가격에 대한 통제 장치가 배달앱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관 부처가 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에 포함할지에 대한도 논의될 예정이지만, 논의는 결론 없이 끝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간 국회 일각에선 수수료 상한제를 온플법에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었다. 온플법은 국내외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법', 플랫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으로 나뉘는데, 이 중 공정화법에 수수료 상한제를 넣자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 등도 배달이나 여행·숙박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배달비, 광고료 등을 제하고 나면 수익이 터무니 없이 적다면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정작 온플법 소관 부처의 의견은 다르다. 공정위 측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온플법이나 공정거래법이 아닌 외식산업진흥법에 포함하자는 의견이다. 앞서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공정위 관계자들 간의 당정 간담회에서도 공정위는 수수료 상한제를 모든 플랫폼에 적용하면 통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수수료 상한 적용을 받는 기업이 많아져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외식산업진흥법 소관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수수료 상한제 법안을 떠안는데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배달앱 수수료를 배달앱 업체를 규율하는 다른 법에 넣어야 한다고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식품업체를 규율하는 외식산업법에 넣을 사안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는 공정위 의견과 정반대된다.
현재 농식품부는 배달앱과 관련해서는 공공 배달앱 할인쿠폰 지급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입법보다 배달앱과 입점업주 단체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만원 이하의 주문에 대한 중개이용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내용의 중간 합의 결과를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 중이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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