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거래·시세조종 모두 무죄
‘185회 법원 출석’에 경영 공백
HBM·파운드리 등 해법 모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 부당합병’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받으면서 결국 사법 리스크 ‘멍에’에서 벗어났다. 2017년 2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것을 포함하면 거의 9년 만이다.
이 기간 동안 이 회장은 185회나 법원에 출석했다. 여기에 구속 기간까지 포함하면 경영활동에 전념할 여건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적기 대응하지 못했고, 급기야 ‘초격차’라는 평가를 받았던 D램 시장에서 33년 만에 분기 1위 자리를 뺏기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날 대법원의 결정으로 이 회장은 이제 법원에 갈 일이 없어졌다. 이 회장은 삼성을 지금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린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초격차’를 회복시켜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여 만이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를 확정받았다.
삼성측 변호인은 대법원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 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온전히 해소하게 되면서 오너십 강화 등 책임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가장 먼저 최근 실적 부진의 요인인 반도체 사업에 대대적인 메스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주력사업의 부진으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반토막(4조6000억원)이 났다.
회사측은 반도체 재고자산을 선 반영해 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의 부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영업이익률 40%를 넘나드는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삼성 반도체의 위기는 뼈아프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직접 나서 메모리 회복의 최대 관건인 최선단 HBM의 엔비디아 납품, AI용 반도체 파운드리 수주 확대 등의 숙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의 ‘초격차’ 회복을 위한 강력한 조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임원세미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며 ‘독한 삼성인’이 돼 줄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 회복과 AI 선점을 양대 축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M&A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컨트롤 타워 복원, 등기이사 재선임, CEO 책임경영 체제의 보완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삼성의 글로벌 초격차 유지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포석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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