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또 내홍에 빠졌다. 혁신위가 내놓은 ‘실명 인적쇄신’을 놓고 당내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나경원·윤상현·송언석·장동혁 등 쇄신 대상자 4명의 실명을 공개하자마자 해당 인사들은 물론 친윤·비윤 양측 모두 들끓고 있다. 특히 비대위 회의에서 쏟아진 비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라고 표현할 정도로 거셌다. 윤 위원장은 17일 ‘실명 인적쇄신’에 대한 비대위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비공개 때 얘기인 만큼 ‘다구리’라는 말로 요약하겠다”고 답했다.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에 대해 비대위 참석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몰아세웠다는 취지의 말이다. 쇄신 대상에 이른바 쌍권(권영세·권성동)이 제외된 점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혁신위는 말 그대로 당 혁신의 전초기지이고, 민심과 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혁신위는 갈수록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쇄신 대상이 되는 인사들은 반성은커녕 혁신위에 더 강하게 반발한다. 지도부는 이를 방조하거나 묵인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혁신위 권고에는 아랑곳 없이 내부 다툼과 정치적 셈법만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은 하지 않고,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민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혁신위의 의미는 완전히 퇴색될 것이다. 이럴 거면 왜 혁신위를 만들었는가.
혁신위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차라리 “우리는 혁신할 의지가 없다. ‘도로 친윤’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라. 이것이 솔직하고 정직한 길이자 국민들을 덜 기만하는 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민심은 빠르게 식고 있고, 유권자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들은 ‘변화 없는 정당’을 조용히 떠나고 있다. 국민이 등을 돌린 정당에 내일은 없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책임 있는 리더십을 세우고, 혁신위 권고를 진지하게 수용하라. 이조차 외면한다면 더는 존재 명분이 없다. 차라리 간판을 내리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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