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 불닭볶음면 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한 편의점에 불닭볶음면 제품들이 구비돼 있다. 연합뉴스 제공.

독점 구도의 해체일까, 생산 경쟁력 확보 전략일까. 뭐가 됐든 대형 식품업체에 독점으로 납품해온 협력회사는 뜻하지 않은 외부 충격에 주가가 연일 출렁이고 있다.

삼양식품의 소스 전문업체 인수 목적을 두고 식품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삼양이 스프 제조라인을 확보해 공급망 안정성과 원가 절감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쪽에선 삼양 주력 제품에 들어가는 라면 스프를 독점으로 공급해온 업체와의 독점구도가 깨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삼양식품그룹은 분말소스 제조업체 지앤에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앤에프는 농심·오뚜기 등 주요 식품기업에 분말소스를 납품 중인 조미 전문 기업으로, 다양한 스프와 첨가물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의 인수·합병(M&A) 추진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기존 불닭 소스를 납품해온 협력사 에스앤디(S&D)와의 관계 변화다. 에스앤디는 불닭볶음면에 사용되는 핵심 분말 소스를 삼양식품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핵심 파트너다.

특히 에스앤디는 불닭 제품의 시그니처 맛을 좌우하는 크림맛 분말과 매운 치즈 소스 등을 제조하고 있다. 일반적인 매운맛과 짠맛 계열 조미 소재는 어느 정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이 두 가지 분말은 따라 만들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식품업계는 라면 스프를 복수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데, 불닭 시리즈에 한해서 만큼은 에스앤디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라면 스프는 베이스 분말, 매운맛, 건더기 등 역할을 나눠 여러 업체가 공급하지만, 불닭볶음면의 핵심 맛을 구성하는 소스는 에스앤디가 전량을 맡고 있다”며 “이 제품은 글로벌 인기 제품이기 때문에, 원가 관리보다 맛과 일관성 유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양식품이 지앤에프를 인수하더라도 불닭 제품군의 핵심 소스 공급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소스 레시피에 변화를 주면 소비자 반발이나 수요 이탈 등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양식품이 소스를 내재화해서 얻을 수 있는 원가 절감 효과가 브랜드의 시그니처 맛을 위협하면서까지 감수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지앤에프 인수를 추진하는 목적은 불닭볶음면 소스를 직접 만들려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라면 전체 제품군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일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유통망에서 불닭볶음면 입점률을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 기존 핵공급망을 흔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앤에프 인수 및 추후 소스 내재화 계획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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