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월 1일부터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민 가운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고기 및 유전자 변형 작물(LMO)의 수입 허용, 쌀 시장 개방 확대, 사과를 비롯한 과일 검역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실제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이제 선택과 결정의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우리 농업의 기반과 식량 주권, 나아가 지역경제와 농촌공동체 존립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쌀 시장만 하더라도 미국산 쌀의 경우 현재 연간 13만톤 수준의 저율관세할당(TRQ)이 허용돼 있는데, 이를 대폭 늘린다면 농민 반발은 물론 여론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 역시 통상 이슈를 넘어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단순한 시장 논리로 접근해선 안되는 분야인 것이다. 따라서 무리하게 농업을 희생시켜 단기적 관세 인하 효과를 얻는 대신, 장기적으로 국민 식탁의 안전과 농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농축산업은 국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시장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품고 있다. 이것이 흔들리면 국민의 삶은 타격받는다. 관세 인하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국가의 근간이 위태로워져선 안될 것이다. ‘내줄 것은 내주는’ 유연한 외교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농축산물 개방이 그 선 안에 있다는 점을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농업 기반이 흔들리면 국토의 뿌리에 균열이 생기고, 식량 주권 없이는 진정한 안보도 불가능하다.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하는 외교는 실리도 명분도 남기지 못한다. 정부는 이런 점을 깊이 인식하고,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에 있어 극히 신중해야 한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