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 국장
국민의힘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필패에 이어 필망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궤멸 상태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보수 정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자조하는 소리도 들린다.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보수 정당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가 19%로 나타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43%에 절반도 못 미친다.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2월 21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34%, 민주당 40%였던 것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거의 비슷한 반면 국민의힘은 반토막 난 꼴이다. (무선전화 가상번호·전화 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도가 20%를 밑돈 건 지난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총선 참패 충격 속에 15~24%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또 다르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의 비참함과 참담함을 벌써 잊었다. 처절한 반성도, 혁신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기대할 게 없다. 무기력함 그 자체 뿐이다. 그 와중에도 오만과 독선, 편가르기 등 온갖 추태로 ‘꼴통’, ‘꼰대’란 국민적 손가락질을 자초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그런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게 창피하다고 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국민에겐 큰 불행이다. 정권이 일방통행식으로 독주하는데 견제 못하는 야당, 그건 있느나마나한 존재다. 현 상황이 딱 그렇다.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큰 짐을 지우게 될 32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무사 통과됐다. 양곡관리법·노란봉투법 등 그동안 거부권에 막혀있던 법안들도 무더기로 통과되거나 추진될 태세다. 검찰청은 머지않아 해체될 판이다.
심각한 건 검찰청 해체 시도다. 여권에서 추진하는 검찰청 해체와 수사 기능의 제도적 와해, 사건을 경찰 단계에서 종결하고 이의제기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려는 조치는 법치의 해체나 다름없다.
어디 검찰청 뿐인가. ‘만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의 대원칙은 와해됐다. 순진한 사람을 빼곤 더 이상 이 말을 믿는 이가 없다. 법이란 게 곧은 잣대여야 하는데 특정인에겐 보호 장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금 막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치 붕괴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훨씬 더 큰 문제는 사회 정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도덕 의식의 붕괴와 기회주의의 창궐로 이어질 것이란 사실이다. 그로 인한 참혹한 결과는 공동체의 붕괴다.
시계추를 되돌려보면 이 모든 문제는 보수의 가치와 보수 정치의 근본 원칙이 훼손된 데서 시작한다. 수십년 간 보수 정치를 떠받쳐준 3대 원칙은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 이 두 가지를 가능케 한 ‘교육’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대내외적 환경도 그에 따라 변했고,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보수 정치의 한계와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이른바 ‘색깔론’ 안보 장사로 반대 급부를 취하는 게 보수 정치의 본령이 될 순 없다. 부자 감세정책과, 서민 복지를 외면하는 기득권 세력도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보수라면 서민의 안정적인 시장 참여를 위해 서민 복지를 챙기는 데 소홀해선 안된다.
국민은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을 통해 대통령과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또 진정한 보수적 가치의 회복을 요구한다.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도 진정으로 반성하지 못한다면 ‘수구 꼴통’, ‘썩은 보수’의 멍에를 벗지 못할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썩은 물’이 아니라 점진적 개혁을 통한 사회안정을 희망한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고, 경쟁해왔기에 가능하다. 보수는 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은 더 이상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박양수 디지털콘텐츠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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