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국 가격제도 도입 등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 추진

산업연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독자적인 연구 기반 구축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 이제 제약·바이오 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이 의약품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수입산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건정책 변화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대응방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의약품 수입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함께 미국 내 투자 시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존슨앤존슨(550억달러), 로슈(500억달러), 노바티스(230억달러), 일라이 릴리(270억달러) 등은 향후 5년간 미국 내 R&D와 제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발동해, 미국 내 제조시설을 신설하거나 확장할 경우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또 백악관 예산 관리국과 협력해 인허가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원스톱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지난 5월 22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최종 승인될 경우, 제약 분야의 투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제약 관련 R&D, 기계·설비 투자, 제조공장 건설·개선 비용, 이자 비용까지 세액 공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약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케네디 보건복지부(HHS) 장관에 따르면 최혜국대우(MFN) 목표 가격은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해당 약제의 가장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MFN 비교대상국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은 미국의 의약품 관련 정책 변화로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해 맞춤형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은 “미국이 의약품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과 수익성이 악화한다”며 “의약품 수출 기업의 통관세 보조 또는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의 물류비용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 식품의약품(FDA)의 해외 제조시설 규제 강화 발표에 대응해 변화된 제도에 대한 최신 정보 확보와 적시 지원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진출하는 국내 제조시설의 품질 관리와 규제 대응에 따르는 행정적·재정적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한 전략적 협력뿐 아니라, 자체 기술력 제고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도 모색할 시점이다. 지난 5월 1일, 미 국립보건원(NIH)이 신규 국제협력 연구비 지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국 연구자들은 공동연구를 통한 국제 협력 기회가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일본과의 전략적 연대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자체 연구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산업연은 “투자 여력이 부족해 국내에 잔류할 수밖에 없는 제약기업들은 미국 행정부가 보장하는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도 차세대 주력산업인 바이오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의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구 기자(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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