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걸림돌, 가장 큰 코끼리가 방 안에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작은 것만 가지고는 성과를 낼 수 없다. 큰 바위를 제거해야 한다."
송승헌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대표는 14일 서울 세종대로 상의화관에서 열린 ''새 정부 규제개혁 방향은'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송 대표는 "한국 경제가 1960~80년대, 1980~2000년대 성장한 이후 지난 20여년간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면서 "간판기업의 부진 뿐 아니라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자본·인력·혁신도 지지부진하고, 서비스업, 자영업, 중소기업도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꼭지로 규제개혁을 해결 한다는 내용이 있고 좋은데, 한국엔 큰 바위(단순 규제 개선이 아닌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가장 크고 본질적인 규제를 암반에 비유한 표현·Big Rock)라는 아주 큰 걸림돌이 있다"며 "수백 가지 규제를 하나씩 손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본시장 규제, 노동규제, 벤처투자 규제처럼 기업하려는 의지를 제약하는 핵심 규제부터 집중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1960년대부터 1980년까지 '잘 살아보자'면서 정부 주도의 강한 드라이브로 중화학 공업 등을 키우며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면, 1980~2000년대에는 기업 주도로 첨단 제조업에서 성과를 나타내며 4~8%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도 "이후 지난 20여년간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20년간 6번의 정부가 있었고, 좌우가 각각 3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좌·우나 성장·분배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저성장의 원인으로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운 경직된 환경'을 꼽았다. 한국 대기업은 최근 20년 동안 사업구조와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성장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메가 샌드박스'식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규제는 논의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특정 구역내 상속세를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R&D 특구에 탄력적 근무제 허용과 같이 지역 맞춤형 특례를 적용해 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위원회는 최근 메가 샌드박스가 원포인트가 아닌 종합적 규제완화제도라며, 국정과제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위한 내용을 인사처와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최해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전주기적 리스크를 고려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고, 민간 인증과 학계 평가를 연계한 체계가 요구된다"면서 "AI와 같은 첨단 신산업 규제를 설계할 때 단일 법률이 아닌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접근해 기술친화적이고 신뢰가능한 유연한 규제체계를 수립하고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얼마나 완화해야 할지에 대한 실험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혁신 체계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이정희 교수는 △AI 규제지도로 소극행정 완화 △규제혁신의 공수전환(공무원이 규제유지 당위성 입증) △범부처적 규제개선 △샌드박스 데이터 쌓이면 선제적 법령정비 △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평가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여당 중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달라는 취지가 있는 것 같고, 충실히 하도록 하겠다"면서 "규제혁신을 위한 조직도는 늘 만들어왔는데 지나고 보면 '뭘 했지?', '성과가 뭐였지?' 같은 문제제기를 늘 받는다.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아마도 필요한 규제를 제때 혁신하지 못했던 것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사회에 발전에 따른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서 체감적으로는 규제와 관련한 성과가 대단히 부족했다고 느낄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일들은 정부로 토스하고 국회차원에서 노력해서 해결방법을 잘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파격적인 규제개혁을 위해 국정기획위원회, 중앙정부, 지자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시기"라며 "규제혁신이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내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균형발전, 출생률 제고 등이 이루어지는 강한 선순환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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