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속도로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두고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경계감을 드러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고 진단한 그는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모르겠다"며 집값 과열현상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 경계감이 더 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경기 부양 압박 속에 '실기론'을 무릅쓰고 금리를 동결한 경험과 비교한 것이다. 작년엔 8월 금리를 동결한 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돼 10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수도권 지역에서 번져나가면 젊은 층의 절망감부터 시작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다음 달이면 그 문제가 해결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가계부채는 소비와 성장을 많이 제약하는 임계 수준"이라며 "기대심리를 안정시키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게 중요한 정책 우선순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6·27 대출 규제에 대해선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대심리 안정과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이번 정부에서 인식을 같이해 과감한 정책을 발표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의 기준금리 결정은 부동산 가격뿐만 아니라 8월 초 확정될 미국 관세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 관세에 따라 경제 성장률 전망이 1% 이상일 수도, 반대로 대폭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세는 관세대로 올라가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금융안정과 성장 간 상충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말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영향 없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조직 개편'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한 번도 줄어들지 않은 것은 거시건전성 정책 집행이 강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가야하는데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은행 기관이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며 "한은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공동 조사나 검사 권한이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6명의 전원일치로 이뤄졌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지난 5월과 동일한 인하 4명, 동결 2명으로 제시됐다.

이 총재는 "4명은 향후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진전, 정부의 대출 관리 정책 효과 등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두 분은 금융 안정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p) 이상 확대되는 데 대해서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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