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산업부 유통팀장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가 전국 매장에서 들어냈던 플라스틱 빨대가 돌아왔다. 스타벅스가 초록색 플라스틱 빨대를 재도입하는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고객 중 노약자 비중이 높은 매장 등 스타벅스가 자체 선정한 매장 200여곳에 점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가 재도입되고 있다.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환경에 플라스틱 빨대가 나은지, 종이 빨대가 나은지 하는 이른바 ‘빨대 논쟁’ 하나도 종결짓지 못할 만큼, 대한민국 친환경 정책은 답 없이 흘러왔다.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치우고 종이 빨대를 도입하게 된 출발점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24일, 일회용 종이컵과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1년 계도기간 조건으로 일회용품 추가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환경부는 계도기간이 끝나가던 2023년 11월 7일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접객업 등에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조처도 계도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했다. 해당 규제는 현재도 계도 상태다.

손바닥 뒤집듯 뒤집힌 정책은 자영업자는 물론, 종이빨대 제작업체 등 관련 산업계에도 불편을 넘어 막대한 피해를 야기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조처에 대한 계도기간 연장 결정이 발표됐을 당시, 자신을 종이 빨대 제작업체 직원이라 소개한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던 호소글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회사 대표가 천연종이접착제로 특허를 받아 제도 시행에 맞춰 공장을 얻고, 기계를 들이고 기술을 가르치며 2년 동안 준비해 왔던 것이 정책 변경으로 인해 무용하게 됐다고 그는 토로했다.

이 같은 혼선에도 종이 빨대 선제적 도입을 고수해 온 스타벅스였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깔의 플라스틱 빨대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국 매장에서 종이 빨대 사용 정책을 유지해 왔었다.

그랬던 스타벅스도 긴 정책 혼선에 돌아선 것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비용절감 압박은 커져가는데, 관련 정부 정책까지 흐지부지 상태이니 종이 빨대만을 고집할 명분이 흐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혼선이 기업, 그리고 기업이 속한 산업 전반의 환경 정책에도 혼선을 확산한 셈이다. 현장에서 초래될 소비자 혼선까지 생각하면 정책 혼선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업계 1위의 행동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이번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은 정부의 환경 정책이 확고하지 않은 상황에선 기업 역시 내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고, 경영 여건이나 시장 경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친환경 정책의 혼선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도덕률’이 아닌 ‘과학’으로 입증하고, 확실히 입증된 내용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종이와 플라스틱 중 어느 것이 나은지에 대한 판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스타벅스가 초록 빨대를 전부 들어내던 7년 전이나, 재도입을 결정한 지금이나 정책 상황은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제는 ‘빨대의 미래’에 대해 정부가 정리를 해줘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선택할 빨대의 미래는 종이인가, 플라스틱인가. 둘 중 하나로 결정을 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결정으로 인해 우려되는 바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흔들리지 않을 과학적 기준도 없이 ‘선(先) 발표, 후(後) 번복’을 반복해 온 K-친환경 정책은 기업도, 소비자도 지치게 할 뿐이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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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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