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

자원안보 핵심광물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영원히 우리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는 이러한 믿음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자원과 기술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되는 시대, 핵심 자원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국가 전략의 핵심축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략광물 안티모니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지정한 30여 개 핵심광물 중 하나다. 탄약,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및 풍력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군수·전자·에너지 산업의 필수 소재다. 특히 군수산업에 사용되는 전략광물로 분류된다. 탄환, 포탄의 금속 강화재로 쓰이며, 반도체 공정에선 안정적 전도성을 제공한다.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다른 희토류에 앞서 지난해 9월 안티모니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무기화 조치다.
전 세계 안티모니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그 결과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네 배 급등하였다. 상승 추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인 미국에 고려아연이 올해 6월부터 안티모니 수출을 시작하면서, 미국과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국가들에 우리나라가 전략적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는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K-방산’ 비전을 제시했다. 방산산업 육성 의지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강조되어 왔다. 방산산업을 신성장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로 인식하고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수출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방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산 핵심소재 관리도 동반되어야 한다.
야당 의원들 역시 울산의 현대자동차, HD현대중공업, 고려아연을 방문하며 국내 핵심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과 자원이 국가의 위상을 규정하므로, 핵심기업은 민간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된다.
방산과 경제안보가 국가적 아젠다로 자리 잡았음에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려아연이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영풍과 MBK의 인수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MBK는 고려아연을 해외에 팔 수 없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높은 기업가치로 인해 통매각은 사실상 어렵고, 분할 매각을 통해 일부가 해외에 재매각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발전 단계에 있는 기술 보유 사업부문과 이차전지, 재생에너지 등은 법적 보호 범위 밖에 놓여 있다. 나아가 장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기업 분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주 기획재정부로부터 ‘국내생산촉진 세제’ 계획을 보고받았다. 글로벌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내 생산기업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 해외 이전을 억제하려는 논의다.
그러나 단순한 관세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생산기지를 넘어, 전략 기업이 국내에 존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을 얼마나 확보하고 유지하느냐가 경제안보의 척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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