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적시한 서한들에 서명했으며, 이 서한들이 7일(이하 현지시간) 발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한은 각국에 날아드는 ‘관세 폭탄’ 경고장이다. 세계 무역 질서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서한 몇 통에 서명했고, 그 서한은 월요일(7일)에 발송할 예정이고, 아마도 12(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들에 서한이 발송될 것인지, 구체적인 관세율이 얼마인지 등 세부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에 앞서 “아마도 각국에 책정된 상호관세율이 10∼20% 수준에서 60∼70% 수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70%의 관세를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일부 국가에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돈이 8월 1일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8월 1일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유럽연합 등 57개 경제주체에 대해 차등화된 상호관세를 발효했다가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90일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유예 기한은 오는 7월 8일 종료된다. 따라서 이번 서한은 유예 종료 직후 관세 정책의 본격적 시행을 알리는 ‘통보서’라 할 수 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 중국, 베트남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이 가운데 중국과는 일시적 휴전 성격의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30%, 중국은 미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고 미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달 7일 서한과 상호관세 유예 기한인 8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글로벌 채권 최고 투자책임자(CIO)인 릭 라이더는 “사람들은 대략 10% 관세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나는 15%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서한 발송과 관세 유예 만료는 단순히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을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의 흐름을 다시 한 번 교란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국과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에서 밀접하게 얽힌 교역국들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구체적 명단이나 세율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시장은 모든 국가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반응하고 있다. 이는 환율 변동성 확대, 주식·채권시장 불안정, 기업 투자심리 위축 등 복합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방어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7일과 8일, 그리고 8월 1일은 글로벌 무역 질서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 되는 날짜가 됐다. 세계는 또다시 미국발 충격에 대비할 시간과 체력을 시험받고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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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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