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설치한 해상 구조물. [연합뉴스]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설치한 해상 구조물.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3일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재석 259명 중 찬성 252표, 기권 7표로 통과시켰다. PMZ는 한중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으로, 어업 활동 이외의 구조물 설치가 제한된 지역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건 이 결의안에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의원 7명이 기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서해에 무단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으로 올라간다. 당시 서해 PMZ에 ‘선란(深藍) 1호’라는 철제 구조물을 설치하며 심해 어업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에는 노후 해상 석유시추설비를 개조해 가로 100m, 세로 80m에 높이 50m 규모의 헬기 착륙장까지 갖춘 지원 시설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추가로 ‘선란 2호’ 구조물을 설치했다. 중국은 ‘어업용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지만, 중앙에 거대한 안테나탑까지 갖추고 있는 이 구조물은 축구장 크기의 작은 인공섬이라 할 수 있다. 선란 1·2호는 직경 70m, 높이 71m에 이르는 반잠수식 대형 철골 해상 플랫폼이다. 올 2월에는 우리나라 해양조사선이 구조물에 접근하자 중국 관계자들이 극렬하게 저항했고, 이로 인해 양국의 해경선이 출동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이 구조물이 해저 항행과 탐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능력을 갖췄다며 잠수함 탐지용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중국이 구조물 설치가 제한된 바다에 무단 구조물을 설치한 건 서해를 자기 앞바다(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음모의 일환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 나라들과 해상 영유권 분쟁을 빚으면서 인공섬을 만들고 해상 전망대를 설치해 강제 점유하려는 전략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기상관측소’나 ‘어민 피난시설’ 등의 민간 용도 명분으로 구조물을 세웠다가 점차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 레이더 등 군사시설을 갖춰 실효 지배를 강화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서해에서도 유사한 ‘회색지대’ 전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랴오닝함, 산둥함, 푸젠함 등 3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4번째 항공모함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해를 자기 앞바다로 만들어야 마음대로 함정을 기동할 수 있다. 지난 5월에는 서해 PMZ에 최신예 푸젠함을 투입해 군사훈련까지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PMZ에 무단 대형 구조물 설치한 건 노골적인 ‘서해 공정’의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데도 일부 의원들이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다. 기권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과 다름없다.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양식 시설 무단 설치 행위로 인한 해양 권익 침해를 규탄하고 한·중 어업질서 회복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국회 농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희용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결의안은 중국의 무단 구조물 설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해당 구조물의 즉각 철거와 향후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부에 정기적인 해양조사 강화와 ‘동일 비례 원칙’에 따른 대응 조치, 외교·국제법적 수단 포함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기권 의원들은 민주당 김영배·이기헌·홍기원 의원과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진보당 손솔·전종덕·윤종오 의원 등이다. 해군 장병들이 피로 지켜내고 있는 바다에 중국의 쇠말뚝이 박히고 있는데 의원이라는 사람들이 항의할 생각조차 안한다. 일본이라면 악을 쓰면서도 중국이라면 ‘셰셰’하면서 무조건 우러러보는 야권 일부의 ‘신사대주의’다. 이들이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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