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성장률 1%p 감소 전망

주담대 비중 큰 인뱅 더 타격

기업대출 중심 전략 수정나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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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강도 ‘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들의 수익·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반기부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에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간 성장률이 기존 4%대에서 3%대로 1%포인트(p) 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 비은행 부문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기업대출을 순증하는 평가 점수를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본점의 기업대출 지원 범위를 늘리고 올해 KPI에서 영업점의 기업대출 비중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소호사업부’를 신설, 소상공인 대출을 확대할 준비를 마쳤다. 하반기 KPI 기준도 새로 공지했다.

다른 은행들도 기업대출 금리 우대 규모를 늘리는 등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간 성장목표, 총자산순이익률(ROA)·자기자본순이익률(ROE) 지표 등 기존 경영계획도 수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296조9000억원에서 12월 말 1315조1000억원으로 18조2000억원 늘어났다. 다만 기업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은행들이 우량 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대출 영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2년 새 0.29%p 상승했다. 4월 말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0.83%로 대기업(0.13%) 대비 6배 높아 은행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간 성장률이 3%대로 1%p가량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순이자마진(NIM)도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의 하반기 대출 전략 관련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가 규제 상황이나 시장 흐름을 보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접수를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새 규제 내용을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신청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일각에선 기업대출 규모가 큰 시중은행보다 가계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가계대출 비중은 90%가 넘는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42조164억원(94.9%) △케이뱅크 15조6314억원(92.3%) △토스뱅크 13조3990억원(90.2%) 등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규제 대상인 가계대출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올해 성장 모멘텀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을 지향하는 인터넷은행에게는 이번 정책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대출자산 대부분이 가계대출로 구성돼 있어 가계대출 제한은 전체 성장 여력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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