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량 출현으로 대한민국이 연일 시끄럽다.
시민 불편을 외면하는 관(官)의 권위주의적 태도나, 시민 불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태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러브버그는 조만간 자연 소멸하겠지만, 방역과 방제 이상의 다양한 사회적 숙제를 남길 전망이다.
러브버그를 둘러싼 대표적인 논란은 인천 계양구청장의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이다. 지난 2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발언은 대량의 러브버그에 따른 시민의 불편함을 일축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로 받아들여졌다.
계양구에는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사이 440건의 러브버그 민원이 접수됐으며 계양산 등산로에는 러브버그 사체가 10cm가량 쌓였다.
그럼에도 계양구청장은 “전멸시켰다면 환경단체 항의가 거셌을 것”이라는 등의 말로, 시민의 인내만을 요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다른 사람의 불안과 불쾌감을 무시하는 전형적인 꼰대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연구원이 제안한 “러브버그를 스폰지밥처럼 캐릭터화하자”라는 아이디어도 논란에 휩싸였다. 연구원은 “러브버그 등 이로운 곤충의 특성을 반영한 상징 콘텐츠 개발을 통해 정책 메시지를 친근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접근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넘어 불쾌한 현상을 미화하며 시민의 불편 호소를 예민한 반응으로 치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누리꾼 사이에선 “누구를 약 올리나”라는 성토와 함께 “익충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러브버그의 대량 출몰은 유튜버들에게 콘텐츠 소재로 떠올랐다. 유튜버 ‘이충근’은 러브버그를 채집해 햄버거 패티로 만들어 먹는 영상을, 유튜버 ‘헌터퐝’은 러브버그를 직접 채집해 찌고, 굽고, 부쳐 먹는 영상을 올렸는데, 5일 기준으로 모두 6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언론 보도까지 타는 등 화제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콘텐츠들이 사회적 불안과 혐오감을 오락거리로 삼아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행태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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