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간 상장지수펀드(ETF) 점유율 3위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KB자산운용은 기관 위주로 순자산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의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계열사 자금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투운용과 KB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각각 16조3772억원, 16조344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점유율은 7.78%와 7.77%로 0.01% 차이를 보였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두 회사 모두 6개월간 순자산이 약 3조원 늘어났다. 하지만 순자산을 늘린 주체는 차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개인 투자자 순매수 금액은 1조5228억원인 반면, KB자산운용은 7461억원에 그쳤다. 전체 순자산 총액 증가 금액은 비슷하지만, 개인 순매수 규모는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나머지 순자산 증가분을 기관에서 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이 상장된 ETF를 거래하며 순자산을 늘리는 것과 함께 기관 자금으로 신주를 발행해 설정금액을 늘리는 것도 순자산 총액에 반영된다.

두 운용사의 상반기 순설정금액과 순자산총액 증가 종목에서도 이 같은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한투운용의 순설정액 증가 상위 5개 종목은 KRX금현물, S&P500,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미국30년국채액티브, 미국나스닥100이다.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제외하면 모두 투자형이다. 순자산 총액 증가 상위 5개 종목 역시 동일했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순설정액 증가 상위 5개 종목에 단기특수은행채액티브, 단기채권알파액티브,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미국S&P500, KIS국고채30년Enhanced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S&P500을 제외한 4개 종목이 파킹형이었다. 순자산총액 증가 상위 5개 종목에도 종합채권(A-이상)액티브, 단기채권알파액티브와 함께 머니마켓액티브가 포함됐다. RISE 200과 미국S&P500만 투자형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이나 MMF 상품은 수익률이 높지 않고, 운용사별로 큰 차별점도 없기 때문에 계열사 자금이 흘러오기 가장 좋은 구조"라며 "특히 해당 상품의 개인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은데 신규설정액이나 순자산총액이 늘어났다면 충분히 계열사 자금을 의심해 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 종목 중 상반기 순자산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RISE 200이다. 다만 이 종목은 코스피의 높은 상승률로 순자산가치가 33%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음으로 순자산 총액 증가액이 큰 종합채권액티브와 단기채권알파액티브였다.

두 종목의 순자산은 각각 18%, 225% 늘어났다. 해당 종목의 주당 순자산가치 상승률은 각각 2.45%, 1.82%에 불과했고, 두 종목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100억원도 되지 않았지만, 순자산은 2000억원 이상씩 늘어났다. 개인 순매수와 주당 순자산가치 상승률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관이 투자한 신규설정으로 채운 셈이다.

해당 기관 자금은 계열사인 KB증권에서 흘러왔을 것으로 보인다. 금투협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1분기 전체 펀드 판매금액 10조5351억원 중 3조1826억원이 KB자산운용의 상품이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한 계열사 펀드가 39조1406억원 중 2조619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KB증권의 계열사 비중이 현저히 높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종목별 판매사 비중이나 자금의 출처 등은 운용사에서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KB자산운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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