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부터 화가 박신양까지…조폐공사, 새로운 소통 실험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서울 사옥에서 인기 웹툰작가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침착맨’을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서울 사옥에서 인기 웹툰작가 출신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침착맨’을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조폐공사 제공.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정부산하 공공기관들이 국민과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고, 보다 친근하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한국조폐공사는 ‘감성’과 ‘재미’를 결합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폐공사는 작년 10월 5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화폐 수집 유튜버 ‘미국아재’를 외국인 최초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한 데 이어, 최근 280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기 크리에이터 ‘침착맨’까지 명예홍보대사로 영입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단순한 홍보가 아닌, 조폐공사의 핵심 기술인 ‘위.변조 방지 기술’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힘’을 대중의 언어로 재해석해 국민과 소통하기 위함이다. 기술적 신뢰를 ‘재미’라는 감성적 코드에 담아 전달함으로써, 정보의 신뢰도는 물론 공공기관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까지 좁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설명이나 정보 전달이 아닌, 경험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공공기관에 대한 거리감을 허물고 참여를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아재’의 조폐공사 탐방 영상에는 “기념주화를 직접 사보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졌고, ‘침착맨’ 역시 생방송 중 한정판 기념주화를 언박싱하며 “예쁜 화폐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다. 두 콘텐츠 모두 평균 조회 수를 훨씬 뛰어넘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하게 이어졌다. 이는 공공기관의 콘텐츠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확산되며,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5월 조폐공사 서울사옥에서 씨너지인터내셔날과‘미술품 브랜드보호’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5월 조폐공사 서울사옥에서 씨너지인터내셔날과‘미술품 브랜드보호’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조폐공사 제공

감성적 소통의 또 다른 사례로는 배우에서 화가로 변신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신양 작가와의 협업이다. 조폐공사는 박 작가의 판화 작품에 자사의 ‘디지털 워터마크’ 기술을 적용해 작품의 진위를 보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술품 및 관련 제품에 대한 ‘브랜드보호 보안인쇄 계약’을 체결했다. 예술과 보안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보호 사업모델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조폐공사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예술분야로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처럼 유명 크리에이터와 예술인과의 협업은 ‘공공 신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과거 조폐공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이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신뢰’가 경험과 이야기 속에서 전달되는 시대다. ‘미국아재’와 ‘침착맨’은 콘텐츠를 대중의 언어로 해석하고, 박신양 작가는 그 콘텐츠를 예술로 확장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신뢰를 전달하는 방식이 ‘기술적 설명’에서 ‘감성과 재미가 있는 스토리’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조폐공사의 이러한 시도가 매우 선도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공공기관이 SNS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부 인플루언서와 장기적 협업을 통해 공동의 브랜드파워를 만들어가는 사례는 흔치 않다. 특히 일방적 홍보에서 벗어나 감성적 접근과 소통형 콘텐츠를 통해 국민과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혁신적 사례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홍보는 여전히 성과과시나 형식적 정보 전달에 머물러 있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와의 소통은 미흡한 실정이다. 조폐공사의 참신한 시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감성과 재미, 그리고 경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획이야말로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진정성, 기술력과 이야기의 유기적 결합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소통할 때 비로소 신뢰는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결국, 조폐공사의 감성과 재미를 기반으로 한 소통 전략은 단순한 기관의 이미지 개선을 넘어,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대중과의 소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에 담긴 신뢰를 ‘감성과 재미’로, 국민과 소통하는 이 변화는 향후 타 공공기관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강승구 기자(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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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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