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유럽 내 세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의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현지 맞춤형 생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5월 유럽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수는 153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7.9% 늘었다. 이는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세다.
3일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에 마르티네 현대차 유럽사업 총괄은 "유럽 내 세 번째 전기차 공장 건설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서 달성한 확장을 유럽에서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유럽에 제3공장 건립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독일에 유럽권역본부를 중심으로 체코(HMMC)와 터키(HMTR) 두 곳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유럽 기술 연구소도 가동 중이다.
마르티네 현대차 유럽사업 총괄은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선구자 중 하나이자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며 "유럽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최대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76억달러 규모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했다. 2023년과 지난해에 미국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
미국시장에서의 성장세는 현대 아이오닉5·6 등 현지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모델을 전략적으로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재 유럽 현지에서 생산 중인 전기차는 코나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아이오닉 시리즈와 캐스퍼 전기차는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올해 3분기부터 유럽 전역에 순차 출시되는 대형 SUV '아이오닉 9'도 국내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공급된다.
마트티네 총괄은 "유럽에서 부품 자체 개발을 통해 차량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고자 한다"며 "유럽을 위한 차량을 설계하고, 유럽에서 생산하고, 유럽에서 판매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차량 개발과 생산, 판매 전 과정의 유럽 내 공급망 현지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지 공장 건설에 그치지 않고, 부품까지 현지에서 자체 조달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현지 맞춤형 차량 개발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5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내 시장 점유율은 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p 감소했다.
2021년 연간 점유율 4위에 오른 뒤 4년 연속 4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폭스바겐그룹(27.8%), 스텔란티스그룹(15.2%), 르노그룹(10.0%)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생산에서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체 생산의 29.7%를, 기아는 34.4%를 친환경차로 채웠다. 올해 1~4월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그 비중을 각각 32.9%, 39.3%로 높여 빠르게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수출 감소와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가동으로 국내 생산 물량 약 50만대가 빠질 수 있는 상황인데 유럽 제3공장까지 건설되면 국내에서는 총 80만대 규모의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부품업계는 내연기관차 감소와 전동화 과정에서 공급 축소에 직면해 있어 이중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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