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게 고견을 듣는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李대통령 ‘소버린AI 전략’ 옳은 방향… 100조 나눠먹기식 투자 절대 안돼”
‘소버린AI’ 주권 기반 독립적 AI 인프라… ‘국가 컴퓨팅 파워’ 구축이 핵심
‘AI 액션플랜’ 시급… 특구 지정, 머스크처럼 3개월내 컴퓨팅 파워 갖춰야
공무원 중심 기존 육성 방식 필패… 정부 ‘플레이어 역할’ 하려 해선 안돼
韓 AI서비스 글로벌 못미쳐… 미중 패권경쟁서 ‘스마트 중간자’ 역할 해야
“지금 전 세계에선 AI(인공지능)를 생산하는 ‘AI 공장 만들기’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가 컴퓨팅 파워’ 구축이 핵심이죠. 우리도 114일만에 컴퓨팅센터를 지은 일론 머스크처럼 3개월내 AI 컴퓨팅 파워를 갖춰야 합니다.”
3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에서 만난 손재권( 49 ) 더밀크 대표는 “AI는 단순한 IT 기술이 아닌 전기급의 범용목적기술”이라며 “인터넷처럼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이 AI 기술에선 상위지만 AI 서비스와 제품력· 국제화 등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AI 3대 강국’ 비전과 ‘소버린 AI’ 구축 계획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구체적인 ‘AI 액션플랜’을 시급히 마련해 이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액션플랜에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투자가 동반된 ‘국가 AI 컴퓨팅 특구’를 지정해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조기 구축하는 한편 국내 R&D(연구개발) 센터 설립 등을 전제로 한 글로벌 AI 성장 기업 투자, 글로벌 인재 확보 방안,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전기를 국제적으로 비교해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AI 슈퍼인재 한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100억원을 썼다며 이재명 정부가 밝힌 100조원의 투자계획 중 최소 1000억원을 들여 10명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AI 육성에서 정부 주도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지금까지의 공공 R&D 프로젝트처럼 100조원의 자금을 나눠주기식으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 역할’을 하려 하지 말고 심판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전자정부, 디지털정부에서 세계 선도국가인 것처럼 AI 정부에서도 압도적으로 선도적인 모델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중 간 AI 패권경쟁과 관련해선 ’스마트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손 대표는 문화일보와 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을 역임한 저널리스트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 방문 연구원으로 재직하는 등 오랜 기간 실리콘밸리에 머물며 혁신 기업과 최신 테크 트렌드를 취재했다. 라스베이거스 CES, 구글 I/O, 페이스북 F8 등을 비롯한 주요 테크 컨퍼런스 소식을 현장에서 한국에 전달해왔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을 취재한 책 ‘파괴자들’(Disruptors)을 출간했다. 더밀크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와 테크 혁신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미디어다. 인사이트를 파는 게 모토다.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있으며 미국, 한국, 아일랜드 등에 ‘버추얼 뉴스룸‘을 운영하고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AI는 단순한 IT 기술이 아닌 전기급의 범용목적기술”이라고 하셨습니다. AI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요?
“AI는 한마디로 전기처럼 스며드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산업혁명을 일으켰던 전기와 3차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일으켰던 인터넷이 전형적인 범용목적기술입니다. 영어로 하면 GPT(General Purpose Technology)라고 하죠.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샘 알트만이 AI는 범용목적기술이라며 제너러티브 프리-트레인드 트랜스포머(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GPT)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AI는 인터넷처럼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일자리, 생활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기술입니다. AI는 기술 용어가 아니고 경제 용어, 사회 용어라고 봅니다. AI는 비싸지 않은 기술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20달러 정도면 챗GPT를 쓰는데 그 이상 비싸지진 않을 겁니다.”
- 생성형 AI 등 AI 기술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세계적인 기술 개발 동향을 소개해 주십시오.
“오픈AI나 구글 그리고 엔트로픽 등의 회사는 기초적인 다목적 파운데이션 모델 AI인 ‘대규모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메타와 중국의 딥시크는 오픈 소스로 AI 파운데이션을 하는 회사들이죠. 또 ‘온디바이스 AI’라고 해서 경량화한 모델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세탁기 등에 들어가는 AI입니다. ‘멀티모달 모델(Multimodal Model) AI’도 있는데 이미지, 동영상, 텍스트 등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통합해 처리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어 ‘에이전틱(Agentic) AI’라고 해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델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 ‘피지컬(Physical) AI’는 예를 들면 밥 먹고 빨래하고 운동하며 운전하는 실제 생활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AI입니다.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 기기를 움직이게 하는 AI입니다. 이런 다양한 AI들이 개발되고 선보이는 상황입니다.”
- 21세기 패권은 오일이 아닌 ’컴퓨팅 파워‘에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컴퓨팅 파워가 왜 중요한가요?
“모든 AI는 기존에 있는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논리적으로 추론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진 AI가 학습을 하고 학습된 것만 뱉어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환상)도 하고. 그런데 올해는 추론을 하기 시작했죠. 그게 중국의 딥시크고, 오픈AI의 o3 모델입니다. 이렇게 추론을 하는데는 거대한 컴퓨팅 파워와 에너지(전기)가 들어갑니다. 추론 모델은 다양한 영역에서 쓰입니다. 챗GPT도 있지만 금융에서 쓰면 금융 AI가 되는 거고, 로봇에서 쓰면 로봇 피지컬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휴머노이드 로봇이 되는 거고, 자동차에서 쓰면 자율주행차가 되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하는 게 AI 데이터센터이며, 그 핵심 칩이 GPU(그래픽 처리 장치)고 거기에 들어가는 게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지금 전 세계는 AI를 생산하는 ’AI 공장 만들기‘ 경쟁 중입니다. AI 공장 파워를 누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패권이 갈리는 거죠. 거대한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추론을 돌리려면 GPU가 많아야 되고, 물과 전기가 충분해야 되고, 또 운용하는 사람이 충분해야 합니다. 이런 파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AI가 필요한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국가에 AI 컴퓨팅을 원조하게 될 겁니다. 이게 패권과 군사력에도 연결이 됩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서도 봤지만 현대전은 AI로 분석해 드론으로 정교하게 때리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란 군 수뇌나 핵개발자들이 자다가 죽게 되는 거죠. 이란 군 수뇌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암호를 찾아 해독해야 하는데 AI가 한 겁니다. 군사적인 파워 또한 AI에서 비롯되는 까닭에 AI가 패권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시스템이 됐습니다. 21세기 패권은 컴퓨팅 파워에서 나올 것이라는 건 이런 의미입니다.”
-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를 넘어 AX(AI Transformation•AI 대전환)가 사회적 화두입니다. AX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디지털 전환은 회사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는 건데 한국에서는 IT 도입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AX는 DX를 넘어 조직의 프로세스, 인력, 생산, 서비스, 제품 등 모든 것들이 AI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거죠. 의사결정도 AI 도움을 받아 하는 거고. 단순히 AI 기술을 쓴다, AI를 도입한다라는 것은 AX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의 AX와 AI 기술은 글로벌로 볼 때 어느 수준이라고 평가하십니까?
“분야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면 AX, AI 기술 분야에선 상당히 앞서가 있고 인재 수준에서도 글로벌 톱 1, 2는 아니지만 상위로 볼 수 있습니다. 부품도 SK하이닉스의 HBM이 있고 삼성전자도 있어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의 육성 의지 또한 강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부분은 굉장히 약하죠. AI 서비스와 제품력, AI 국제화, AI 내재화 등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칩니다.”
- 그러면 우리가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핵심 요소는 뭘까요?
“경쟁력을 좌우하는 첫번째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컴퓨팅 파워, 두번째는 인재 수준, 그리고 세번째는 스타트업 육성, 대기업과의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등 AI 생태계라고 봅니다. 네번째는 정부의 안전한 규제 환경 조성이 되겠죠. AI는 가만히 내버려두면 폭주하게 됩니다. 이를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가드레일이 있어야 차들이 충돌하지 않고 다닐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가드레일이 없습니다.”
- 새 정부는 ’글로벌 3대 AI 강국‘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AI 육성은 법과 제도, 전략 등 두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AI 기본법‘을 제정한 상태인데 법과 제도 측면에서 추가로 필요한 것은 없을까요?
“이재명 정부가 AI에 100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전례 없는 예산 투자라고 할 수 있죠. AI 기본법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시각에 따라서 지나친 규제다 하는 분들도 있고, 또 표준과 실행 방법이 미비하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법 제도 측면에서는 클라우드라든지 데이터, 반도체 등 기존 산업과 융합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라든지 이런 것들이 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거든요. 또 전기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요. AI 3강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AI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기 어렵습니다. 컴퓨팅 파워를 갖추기 힘들어요. 우리 전기요금은 산업용 전기가 가정용보다 비쌉니다. 이는 데이터센터를 하는 사람들한테 죽으라는 것입니다. 산업의 경쟁력이 없는 거죠. 데이터센터를 굳이 한국에 둘 이유가 없어요. 전기와 관련된 것도 법과 제도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한전이 요금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으니까. 업계는 전기료를 낮춰주든지 외국처럼 대량으로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전력 공급을 늘리려면 원전이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지어야 하는데 사회적인 반발이 있습니다. 이런 것도 다 같이 법과 제도, 사회적 합의 등 AI 아젠다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 새 정부는 ‘소버린 AI’ 개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버린 AI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정부의 이런 AI 전략은 맞는 방향이나요?
“저는 맞다고 봅니다. ‘소버린 AI’는 국가 주권 기반의 독립적인 AI 인프라입니다. 우리만의 LLM, 한국인만 쓰는 AI로 보는 것은 굉장히 편협한 시각이죠. 소버린 AI에는 LLM도 있고 AI 데이터센터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AI 인재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3대 강국을 하는 지향하는 것과 소버린 AI 개발을 강조하는 것은 방향성이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정부 주도로 하려다 보면 민간이 소외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심판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선수로 뛰면 민간을 압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AI 산업 육성을 방해할 것입니다. 방향성은 맞지만 공무원 위주로 정책이 추진됐던 사례들을 보면 각론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초반에 이를 잘 잡아야 됩니다.”
- 이재명 대통령은 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새 정부는 AI 전문가를 대거 고위직에 영입해 진용을 갖췄지만 아직 ‘AI 액션플랜‘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은 상태입니다. 액션 플랜에는 어떤 내용들이 포함돼야 할까요?
“하정우 AI수석과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 과기정통부 장•차관 후보자도 AI를 굉장히 잘 아시는 분입니다. 또 한성숙 중기부 장관 후보자도 민간인 출신이고. 이는 AI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하지만 공무원 사회라는 건 공무원들만의 언어가 있습니다. 만약 공직사회에 포획된다면 1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가 다 공중에 날아갈 위험성도 있습니다. 장비를 구입한다든지 건물을 새로 짓고 AI 관련 공무원들 대거 채용한다든지 기존 방식으로 하면 100조원은 금방 날아갈 겁니다. AI 컴퓨팅 파워를 갖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국가 AI 컴퓨팅 팜’이나 ‘국가 AI 컴퓨팅 단지’처럼 특구를 지정해 3개월안에 마무리해야 합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114일 만에 세계 최대 컴퓨팅 센터를 지었어요. 머스크는 했는데 우리는 안된다고 한다면 변명이나 핑계에 불과합니다. AI 특구라든지 3개월내 국가 컴퓨팅 센터를 지을 수 있는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그다음 AI 데이터 문제의 해결방안도 포함돼야 합니다. 예전부터 데이터 댐을 한다는 둥 데이터를 개방한다는 둥 했지만 큰 효과가 없습니다.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AI는 의미가 없습니다. 다음으로 미국처럼 정부가 먼저 AI를 도입하는 방안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 생산성을 높이려면 AI 도입이 필수적입니다. AI 인재 유치 방안도 꼭 담겨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100조원 중 상당 금액을 인재에 쓰는 게 가장 필요합니다. AI는 사람이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또 커뮤니티에서 이를 수정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실리콘 밸리 용어로 ‘트라이벌 날리지’(tribal knowledge) 즉 ’부족 지식‘이라고 합니다. 우리 말로 하면 암묵지적인 집단 지식이죠. 메타에서 한 사람의 AI 인재를 영입하는 데 100억원 정도 씁니다. 슈퍼 인재를 데려오는 건데 지금 실리콘 밸리가 이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도 100조원 중 상당 부분은 인재 유치에 써야 됩니다. 예를 들면 오픈AI에서 100억원급 인재를 10명만 데려오면 1000억원입니다. 굉장히 커 보이지만 100조원에 비해서는 상당히 작은 금액입니다. 이렇게 인재를 데려오면 그 S급 슈퍼 인재 10명이 한 국가를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인재에 투자하고 길러야 합니다.”
- 어느 분야를 선택해 집중할 것인가는 성패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버린 AI 외에 대한민국이 주력해야 할 분야와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이 지금 잘하고 있는 것, 예를 들면 반도체 조선 등 제조와 물류 등에서 AI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또 K팝이나 K컬처 등 문화 콘텐츠에도 AI를 활용할 여지가 많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도 AI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돌봄 로봇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겁니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AI를 도입해 비효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풀 수 있는 AI 플랫폼도 있을 것입니다.”
- AI 시대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로, 엔비디아와 TSMC의 약진이 눈에 띕니다. 트럼프 2기 들어 세계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요?
“그동안 메모리에 집중하고 비메모리에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했습니다. 그래서 AI 반도체에서 좀 뒤떨어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아쉽게 생각합니다. 대신 연산장치와 중앙처리 장치를 하나의 IC로 만들어 놓은 MPU(마이크로 프로세서 유니트)라든지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도 경쟁력이 있으니 앞으로 긴 시각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 반도체만이 아니라 서버라든지 여러 생태계가 있는데 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공공부문의 AI 전략도 중요한 분야로 꼽힙니다. 대한민국은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 분야에서 앞선 나라로 평가되는 데 공공부문 AI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합니까?
“대한민국은 전자정부 선진국입니다. 공공 부문 AI 도입에서는 압도적으로 선도적인 모델이 돼야 됩니다. 예를 들면 대민용 AI 챗봇을 만든다든지 스마트 시티와 연결된 도시 관리 AI를 만든다든지 또 공공 서비스에 AI를 도입한다든지 공공 부문 AI의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모범적인 사례가 돼야 합니다.”
-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설립 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설립은 가동에 필요한 전기 공급이 관건이라고 하셨는데 문제는 없겠습니까?
“AI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 한전 등이 혼자 할 수가 없습니다. 다 같이 모여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전기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에너지 전문가를 산업부 장관에 임명했는데 잘한 인사라고 봅니다. 원전 화력 재생에너지를 다 합쳐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맞추기는 부족합니다. 전체적인 에너지 공급계획을 AI 시대에 맞춰 재설계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 미중은 ’AI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전략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 틈새에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요?
“미국은 오픈 이노베이션, 민간 기업 중심이며 연방정부는 법 제정 등을 통해 철저하게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국가 단위에서 대규모로 투자하고 승자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업체들 몇 곳을 줄세워 말 잘 듣는 곳 중심으로 국가가 위너를 픽하는 거죠. 국가 주도로 AI 산업을 이끌고 가면서 산업 적용도 굉장히 빠릅니다. 전기차나 스마트 시티, 로봇, 드론, 양자컴퓨터까지 전 영역에서 국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전략으로 패권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매년 라스베이거스 CES를 참관하고 있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 글로벌 선두 주자들의 AI 전략은 무엇이나요? 이들로부터 배울만한 것은 없겠습니까?
“오픈AI는 AI 플랫폼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10년내 오픈AI가 지구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될 겁니다. 구글은 강점인 검색과 클라우드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기반 전략을 취하던 메타는 생각을 바꿔 오픈AI나 구글처럼 슈퍼 인텔리전스를 만들어내겠다고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를 따라가기는 다리가 찢어질 겁니다.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100조원이 아니라 100조달러입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적더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강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든지 하면 에너지를 그렇게 많이 쓰는 데이터 센터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저전력 저탄소에 적합한 대안적인 AI를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이 많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그리고 해법은 없겠습니까?
“AI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전환되기도 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숏텀으로 보면 일자리가 생기는 것보다 없어지는 게 많습니다. 미국에선 컴퓨터 사이언스 같은 경우도 코딩만 하는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수학 잘하고 응용 잘하고 이런 인재들이 필요한 사회가 됐습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적응하면서 나가는 수밖에 없죠.”
- AI 인재 확보 문제가 심각합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저는 돈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연봉 1억원을 주기도 힘듭니다. 전례 없이 10억원을 주겠다고 해도 슈퍼 인재는 데려오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외국인들한테 프렌들리하지 않고 정주 요건도 쉽지 않으며 여러 규제 환경도 빡빡합니다. 외국인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비 사고 건물 사는 데는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서 AI 인재 유치나 장학금 주는 데는 굉장히 박하거든요. 이렇게 해서는 AI 인재를 유치하지 못하고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 AI 분야에도 창업을 고려하는 수많은 청년 예비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게 필요합니까?
“도전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AI 분야는 기회가 평등합니다. 다 유튜브 보고 학습하고 전문가들에게 배우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레거시 그러니까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테크놀로지는 낡을 수 있습니다. 지금 AI 기반의 창업을 한다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 처음 시작부터 글로벌을 지향해야 합니다. AI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비해 랭귀지(언어) 장벽이 사라졌어요. 나라별로 특성을 내세울 만한 게 별로 없는 거죠. 투자금도 AI쪽에 몰리고 있어 창업의 기회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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