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노동절까지 ‘드라이빙 시즌’

등·경유 재고 20년래 최저 근접

올해 5월 대미 석유제품 수출량

1년새 15% 쑥… 이른 수요반영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려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주유하려는 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휴가시즌에 돌입한 미국에서 휘발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공급난이 본격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업계의 대미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동정세 불안으로 고전했던 정유업계에 미국발 훈풍이 실적반등에 얼마나 이바지할지 주목된다.

3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정제설비 가동률은 지난 5월 기준 94.7%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p) 높은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석유제품인 등·경유 재고는 전년 대비 12% 줄었고, 휘발유 재고도 2.5%로 감소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등·경유 재고는 최근 20년래 최저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미국은 자국 내 공급난 해소를 위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의 대미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드라이빙 수요 급증 효과가 이미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 5월 26일 메모리얼데이부터 9월 노동절까지를 드라이빙 시즌으로 본다. 이 기간 동안 가족 단위 여행이나 장거리 운전, 항공 여행 수요가 급증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수요가 동시에 가장 많이 증가한다.

미국의 정제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만큼, 한국이 공급부족을 대체할 유력한 시장으로 떠오른다.

전체 수출 물량 중 약 80%를 차지하는 항공유 수출이 같은 기간 27% 늘어난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미국의 항공유 재고가 연초 140만배럴 수준에서 5월 들어 110만배럴 이하로 급감하면서 한국산 항공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대미 수출국 순위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 상대국은 호주(18%), 일본(14%), 싱가폴(13%), 중국(9%), 필리핀(8%), 미국(7%) 순이었으나, 올해 5월 누적 기준으로는 싱가포르(16%), 호주(15%), 미국(12%) 순으로 미국이 3위까지 올라섰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이러한 수출 증가의 대표 수혜 기업이다. 한국은 글로벌 5위 수준인 하루 약 340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를 갖추고 있어 생산한 석유제품의 약 50%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제품 수출량은 2021년 저점을 찍은 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현재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가동률 90% 안팎을 유지하며 어느정도 추가 생산의 여력을 확보해놓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한국산 제품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등·경유 재고도 최근 20년래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으로부터 등·경유 수입량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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