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상법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주주뿐만 아닌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기업의 자기주식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혔다.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 풀려 있던 자기주식을 회사가 매입하면 의결권과 배당권이 사라진다. 주주 입장에서는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높아지고, 지배주주 입장에서도 전체 의결권이 줄어들면서 영향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현금을 그대로 배당하는 것보다는 자기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분과 오너의 지배력을 높이는 실익까지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주주가치 제고' 공식이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어느새 '자사주 매각'보다는 '자사주 소각'이 익숙해졌다. 실제 올해 시장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상장사가 210개인데 반해 매각한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사주 매각을 의무화한 상법개정안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법 개정 전 마지막 '꼼수'를 부리고 있는 기업들이 보인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한 곳도 있다.
올해 시장에서 자사주를 처분한 기업 중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곳은 케이프와 헥토파이낸셜 두 곳이다. 케이프는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헥토파이낸셜은 신사업 투자재원 확보와 주식 유동성 확대를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
물론 가지고 있던 주식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헥토파이낸셜이 과거 자사주를 매입할 때 내세운 명분은 '주가 안정 및 기업가치 제고'였다. 실제로 과거 자사주를 매입할 때 이 기업의 주가는 올랐다.
그런데 2년 만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전체 주식의 10% 가까운 양을 다시 팔았다. 지난달 16일에 이사회 결의를 마친 뒤 단 이틀만에 이 주식을 모두 팔았다. 당연히 이후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가치는 하락했고, 매각 당일 2만86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2만1800원으로 내려왔다.
지난 5월 이 회사의 주가는 1만3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테마주가 급물살을 타면서 함께 상승했다. 회사는 사실상 테마주에 편승해 자사주를 고점에 매각한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테마가 핫해지자 기업이 직접 기업홍보에 나서면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향후 결제수단으로의 활용 등을 내세웠다.
향후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사업을 내세우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는 금융감독원의 '불공정 거래' 보도자료에서 자주 봤던 내용이다. 회사채를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려던 태광산업도 '꼼수'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던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정하면서 사실상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됐고, 이로 인해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또 상법 개정 직전 이 같은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이 소각 의무화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국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포기하진 않은 것 같다. 발행 절차는 2대주주가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만 중단됐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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