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브레인

레오르 즈미그로드 지음 / 어크로스 펴냄

우리는 수많은 생각과 가치 판단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신념이다. 신념은 우리가 틀린 것과 옳은 것을, 악과 선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준이 되어준다. 그것이 종교적 사안이든 정치적 사안이든 아주 작고 사소한 의사결정이든 말이다. 그런데 이 신념이 독단주의, 민족주의, 극단주의로 치달을 때 문제가 시작된다. “왜 어떤 사람은 보수이고, 어떤 사람은 진보일까?” 이 질문은 그간 과학의 렌즈로 인간의 정치적 태도와 의사결정을 밝혀내기 위한 주요한 연구 주제였다. 하지만 ‘정치-신경과학’의 선구자인 저자는 이젠 현상 이면의 본질을 가리키는 질문, 어떤 이데올로기를 믿느냐가 아니라 인간은 왜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빠져드는가를 알아내야 할 차례라고 말한다. 저자는 실험심리학, 인지과학, 신경과학의 방법론을 사용해 정치적 신념이 외부 환경에 의해 형성되는 단순한 사회적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뇌에 침투해 신경 구조와 세포 차원까지 연결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생물학과 환경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을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시 말해 어떤 뇌가 이념적 사고에 특별히 취약하고 또 어떤 뇌가 유연하며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정치라는 영역을 신경과학과 연결해 이데올로기적 사고의 기원과 결과를 연구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정치-신경과학(political neuroscience)’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우리는 이데올로기를 ‘소유’함으로써 세상을 하나의 일관된 세계로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또한 같은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에 소속되길 갈망하면서 자신이 가진 신념을 강화해간다. 이렇게 우리 뇌는 이데올로기에 빠져들수록 ‘사고의 경직성’에 갇히게 된다.

저자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념적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흔히 새로운 정보의 수용과 사고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카드를 그 모양이나 색깔과 같은 다양한 규칙에 따라 분류하도록 요청한다. 참가자들은 금방 규칙을 찾아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규칙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다. 연구진이 참가자 모르게 규칙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때,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취약한 사람들은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예전 규칙을 고수한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저항해 자유롭게 생각하는 경향의 사람들은, 규칙이 바뀌었다는 증거가 있으면 행동을 바꾼다. 이 실험이 놀라운 점은 참가자들의 반응이 단순히 인지적 경직성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이념에 집착하는 경직성까지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규칙의 변화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정치적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져 있는 확률이 높았으며, 역으로 정치적 종교적 극단주의에 물든 사람일수록 인지적으로 경직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우상’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이데올로기를 설명하는 데 사용돼온 은유를 설명하고, 정치와 신경과학을 통합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사고하는 뇌를 탐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2부 ‘마음과 신화’에서는 이데올로기의 탄생과 역사를 살펴보고 이데올로기에 대한 잘못된 신화들을 반박한다. 3부 ‘기원’에서는 모든 개인이 이데올로기에 똑같이 취약한 것이 아니라면 그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탐구한다. 4부 ‘결과’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우리의 몸과 뇌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5부 ‘자유’에서는 우리의 유전적, 환경적 영향이 경직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실들이 유전적 결정론이나 자유의지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팬데믹의 대유행, 포퓰리즘 세력의 장악,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물리적 안전에 위협을 느낄수록 사람들은 극단주의에 더 쉽게 물들게 된다. 책은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인간 본성에 맞서 이분법적 사고와 권위에 저항하는 우리의 능력을 키워나가도록 도울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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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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