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구 경제부총리·정 복지장관 후보 눈길

문재인정부 이어 이재명 대통령 ‘중용’

재정확장 정책·관세협상 험로 불 보듯

불씨 여전, 의정 갈등 수습 ‘발등에 불’

이재명 정부 조각(組閣) 작업에서 눈길을 끈 부분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 인사의 귀환이다. 주인공은 새 ‘경제사령탑’으로 지명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이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각각 국무조정실장과 질병관리청장으로서 활약을 했다. 둘은 ‘국민추천제’에서 다수의 추천을 받은 공통분모가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0일 백팩을 맨 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0일 백팩을 맨 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을 지냈다.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예산통’이자 ‘정책통’으로 손꼽힌다. 그는 1988년 임관한 이후 예산 외길을 걷다시피 했으나 인사·경제정책 분야에서도 두루 전문성을 쌓았다. 재정경제원 시절 예산제도과에서 근무했고, 기재부로 바뀐 뒤에는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을 거쳤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예산 집행과 총괄을 담당하는 기재부 2차관을, 2020년 5월~2022년 6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구 후보자가 예산실장으로 일할 때는 기재부 직원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상사로 3년 연속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대구 출신인 그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경북 투자유치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경북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일한 이색 경험의 소유자다. 선거철만 되면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손사래를 치고 지역 발전을 위해 뛰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경제성장위원회’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또 외곽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참여해 정책 설계 등에 관여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잘 알려져 있듯 문재인 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끈 국내 대표 방역 전문가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국립보건원(현 질병청의 전신)에 입사한 이후 전염병정보관리과장 등을 역임했고, 2017년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청으로 격상된 2020년 9월~2022년 5월 초대 청장을 지냈다.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발생 이후 2년 4개월 동안 코로나19와 사투하며 극복의 큰 역할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정치 무대에 발을 들였다. 참여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두 지명자 모두 능력을 검증받았다고는 하나 숙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구 후보자는 경제성장률이 0%대로 미끌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나라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내수 회복과 대미(對美) 관세협상 같은 난제가 쌓여있다. 상호관세 부과 유예 기간이 채 열흘도 남지 않았고,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뒷받침할 재정여력이 충분치 않은 점 또한 커다란 부담이다. 뒤로 미뤄진 경제정책방향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와 더불어 재정 기반 확충, 성장 동력 확보 같은 중장기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는 예산실장으로서 2019년도 ‘슈퍼예산안’을 짜는 작업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기재부 2차관으로서는 본예산과 함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총괄했다. 확장 재정 정책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 구 후보자가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예산 편성과 재정 운용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고, 국무조정실장을 지내며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예산과 세제 등 주요 경제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쪼개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정부조직개편 연착륙도 숙제다. 기재부가 분리될 경우 정책 수단(예산)과 정책 추진을 한 번에 조정하면서 얻었던 시너지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구 후보자는 최근 AI 기술 개발·인력 양성 등에 국가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제안서인 ‘국가정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본 AI 코리아’를 발간했다. 취임 후 AI 관련 정책이 속도감을 낼지 관심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백팩을 매고 서울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다. ‘진짜 대한민국’은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의 캐치프레이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정 복지 장관 후보자로서는 의정 갈등 해법 찾기가 발등에 불이다.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에게 유화적인 손길을 내밀며 의료계와의 신뢰 복원을 강조했지만 전공의 일부는 복귀 조건으로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대한민국 방역을 이끈 인물이자 생명 중심의 보건정책을 실현해 온 실무형 리더로 평가받는 정 후보자의 역량이 주목된다.

최근 불거진 남편의 코로나19 관련 주식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급선무다. 언론과 정치권에선 정 후보자가 질병관리청장으로 코로나19 방역을 이끌던 당시 남편이 마스크·자가진단키트 생산업체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후보자는 “잘못된 내용이 많다”면서 청문 과정서 소명하겠다고 언급,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명이 이루어질지 두고 봐야 한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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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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