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김건희 여사의 공통점은? 여러 답변이 있겠지만 필자의 답은 학위 논문 표절 논란으로 곤란을 겪고 있거나 겪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총리 인사청문 과정에서 불거진 김민석 후보자의 해외 학위 논란은 학벌을 추앙하는 한국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김 후보자의 학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1989),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1995), 중국 칭화(淸華)대 중국법 석사(2010), 미 럿거스대학 법학 박사(2011). 그냥 엘리트가 아니라 슈퍼 엘리트의 학력이다. 하지만 화려한 학력은 오히려 논란을 빚고 있다. 무엇보다 칭화대 석사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가 여부다. 야당에서는 학교 출석 횟수 부족을 지적한다. 또 석사논문 표절률이 41%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쉽게도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에게 칭화대 학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짚지 않았다. 그가 ‘왜’ 석사 학위를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도, 답변도 없었다. 학문적 열정인지, 국회의원 낙선 뒤 성실함을 입증하려는 의도였는지, 해외 유력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목적이었는지 답변이 필요했다. 국내 대학이 아닌 중국 ‘칭화대’에서 학위를 이수해야만 했던 동기도 알려지지 않았다.

숙명여대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김 여사가 1999년 제출했던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에 표절이 상당하다는 이유였다. 2022년 조사에 착수한 뒤 3년 만에 나온 결정이었다.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 학위 논문 역시 연구 부정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여사의 석사 학위가 취소됐기에 국민대는 논문의 표절 여부 판단 없이도 학위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김 여사는 왜 표절까지 하면서 학위를 취득했는지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2021년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을 겪은 바 있다. 2005년 가천대 행정대학원에 제출했던 논문이 뒤늦게 문제가 되자, 이 대통령은 인용 표시를 제대로 안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학위 논문을 반납하고 경력에서 학위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 별로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잘못했으니까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 학위 논문은 외국에서도 말썽이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칭화대에서 받은 박사 학위의 표절 여부 및 대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 주석은 푸젠(福建)성 성장과 저장(浙江)성 성장 대리를 맡았던 시기인 19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업무의 강도를 고려하면 법학 박사 논문을 작성하기에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지금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논란과 흡사하다.

지난해 12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정치인 가운데 박사 학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한국이다. 인구 200만명 이상 56개국 조사에서 한국 정치인 중 3분의 1이 박사 학위 논문 소유자였다. 석사 학위 비율 1위 국가는 우크라이나였으며 한국은 5위였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1989년 이후 역대 대통령 모두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박사 학위 소지 비율은 매우 낮지만 상·하원 3분의 2가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국가에서 상위 교육기관의 학위가 있을수록 정치권에 입문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 보도의 핵심은 석·박사 학위 보유 여부가 입법 활동의 유능함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정치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는 오히려 다양성이 강조되는 분야이다. 그렇기에 정치 엘리트의 석·박사 학위 취득 비중이 높은 것은 오히려 국민 다수의 경험과 관심사와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김민석 총리 후보는 일반 국민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정치인이지만 해외 명문대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추앙하며 본인의 엘리트주의를 강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해외 학위를 기득권 세력으로 가는 수월한 통로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경력을 빛내기 위한 치장용으로 박사 학위를 사고 있다는 2013년 영국 BBC 방송 보도가 새삼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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