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부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트럼프 리스크로 인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어지고 있지만 약간의 시간적 차이만 있을뿐 결국 전기차 보급은 필연적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170만대 정도의 그리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소비자 눈높이가 높은 선진 시장이어서 각국의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이 큰 시장이라 하겠다.
그러나 전기차나 충전기 보조금 문제에서 제도적 정립이 약한 것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스마트제어 충전기 보조금 지급 기준은 더욱 중요한 항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도심지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같은 집단거주지에서의 전기차 화재 예방은 현재에도 아파트 입주민에게 가장 큰 관심이고 걱정거리다. 공동주택이나 빌딩 관리자 입장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은 충전 제어(SoC 제어) 밖에 없다는 것은 최근 국립소방연구원의 ‘SoC와 화재 확산속도의 상관관계 실증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올해부터 급속충전기처럼 PLC통신이 가능한 스마트제어 완속 충전기가 설치돼 효과를 발휘한다면 충전 제어를 통해 화재 발생 확률을 확실히 낮출 수 있고 지하 주차장 충전시설 설치 반대론도 쉽게 극복될 것이다. 이는 감시 카메라나 센서, 소화기, 스프링클러 등 방재 시설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전기차 화재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환경부의 스마트제어 완속 충전기는 첫째, 충전 제어를 통한 화재 발생 확률 감소가 가장 중요하다. 둘째로 6가지 배터리 상태정보 수집과 분석 등 크게 두 가지 기능을 목표로 하는데, 필자는 항상 즉시 효과를 낼 수 있는 충전 제어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배터리 상태정보 수집을 분리해 추진할 것을 권고해 왔다.
충전 제어는 ISO 15118 국제표준에 따라 모든 전기차를 업데이트 없이 제어할 수 있는 상용 완속 충전기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반면, 배터리 상태정보 수집은 작년 3월에 국내용 VAS(배터리 상태정보 수집 시스템을 위한 통신방식) 코리아 기술 기준이 제정된 후 아직도 보완 중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가 언제 출시될지 모르고 기존 전기차는 언제, 어느 범위까지 업데이트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배터리 상태정보 수집은 우리가 세계 최초로 추진해 기술을 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ISO 표준을 벗어난 갈라파고스식 추진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ISO 표준화 추이를 살펴 가면서 시간을 두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언제 충전기·전기차 수집 시스템이 완성될지 알 수 없는 VAS 코리아 기술의 적용은 먼저 국내 전기차를 대상으로 3년 이상 실증과 검증을 거친 후 해외 전기차로 확대해 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섯부른 VAS 코리아 적용 의무화는 판매 수량이 많지 않은 해외 전기차 제조사들을 보조금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는 차별이 될 수 있고, 국제 통상규범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갈라파고스식 퇴행과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제라도 환경부는 작년 여름 전기차 화재를 교훈 삼아 스마트제어 충전기의 충전 제어 기능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해 올해 하절기 전기차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배터리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VAS 코리아 기술기준은 배터리 정보교환과 수집에 한정해 사용되도록 하고 장기 과제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내외 전기차 및 충전기 제조사들이 국제표준 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게 되고, 우리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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