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다시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중복 상장 논란 등 일부 소액주주들의 불만과 주주 권리 보호를 중시하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SK엔무브 지분 매입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2일 재무적투자자(FI)인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한 SK엔무브 주식 전량(1200만주)을 8592억6000만원에 장외 취득할 예정이다.
주당 취득 단가는 7만1605원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지분 취득이 끝나면 SK엔무브는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에코솔루션홀딩스는 IMM크레딧솔루션(ICS)이 SK엔무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SK엔무브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3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4월 SK엔무브(당시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를 IMM크레딧솔루션에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하며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2024년 10월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10%를 1428억원에 재인수했다.
투자 유치 당시 2026년까지 SK엔무브의 IPO를 추진한다는 조건이 포함됐으나 SK이노베이션 측은 최근 자본시장 환경 변화와 투자자 보호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IPO를 잠정 중단하고 완전 자회사 편입을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는 사실상 중복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 논란과 한국거래소의 주주 보호 요구를 정면으로 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 상장 예비 심사 전 사전 협의 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SK엔무브에 주주보호 방안 수립을 요청한 바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시장과 규제기관의 우려를 반영해 이재명 정부의 주주 권리 보호 강화 기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의 요소를 종합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아울러 SK엔무브는 프리미엄 윤활기유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알짜 계열사'다.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해 SK이노베이션 연결 실적에 기여해 왔으며, 이번 편입을 통해 실적 견인 선봉대장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냉각 플루이드, 액침냉각 등 신사업에도 진출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 액침냉각 기업 GRC에 지분을 투자하며 전기차·서버·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기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분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교환사채를 발행하고 자기주식 340만4104주(지분율 2.25%)를 매각하기로 했다. 교환사채 만기일은 2026년 12월 31일이다. 이번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약 3767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와 회사 제반 사정 등을 고려해 IPO 프로세스를 잠정 중단했다"며 "완전 자회사 편입은 SK이노베이션 전략 방향성과 SK엔무브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에서 최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