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89명중 64명 영남·강원
보수 일색에 변화·쇄신 어려워
수도권·중도층 외연 확장 난망
차기 지도부 출범해도 '악순환'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검증 국면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야당으로 전락한 만큼 책임 정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변화와 쇄신은 커녕 패배 공식만 되풀이하면서 대여 공세도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겨냥해 "인사청문회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 정부 출범 후 첫 인사라 정부·여당으로서는 조정하기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청문회에서 들이댔던 잣대를 기본 기준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허니문' 기간이기는 하나 국민의힘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고 대여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기도 했다. 지난 2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비리백화점 이재명 내각, 후보자 지명 즉각 철회하라", "스폰·아빠 찬스 김민석 OUT(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단행한 내각 인선과 관련해서도 이례적으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제외하고 장관 후보자 10명을 상대로 철저히 검증 작업을 거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나 이같은 경고가 무색하게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향한 견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대야소 국면 속 민주당과 후보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각종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기력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낡은 이념을 고집하며 지역·계파 정치에만 몰두하는 게 결정적 패착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대구·경북(TK) 3선인 송언석 원내대표가 새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을 때 '도로 영남당' 우려가 나온 것과도 맥락이 맞닿는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89명, 비례 18명 등 총 의석수 10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지역구만 추리면 TK는 25명, PK(부산·울산·경남)는 33명, 강원도는 6명이다. 지역구 의원의 절반 이상이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영남권 혹은 강원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거 직후 입으로만 변화와 쇄신을 외칠 뿐 수도권·중도 민심과 계속해서 멀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쇄신이 급선무지만 이미 국민의힘 분위기는 8월 전당대회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치러지고 차기 지도부가 등장하더라도 쇄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기존 당권파들이 물러날 생각도 없고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라며 "현 상황에서 혁신을 바라는 건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격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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