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조각(組閣) 퍼즐을 맞춰나가면서 이제 시선은 국회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옮겨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감감무소식이던 장관 인선을 취임 20일 만인 지난 23일 단행했다.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장관급) 등 12명을 한꺼번에 지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 이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보장을 점친 일각의 전망과 달랐다. 관세전쟁에 중동사태 같은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인사 지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인선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의 장관 후보자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전체 19개 정부 부처 중 아직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8곳이다. 기재부를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핵심 경제부처 모두 인선이 오리무중이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정부조직개편 방향에 따라 인선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대응 같은 현안이 있어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행안부는 '부총리급 격상' 논의와 맞물려 있고, 법무부는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상황으로 인해 늦추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도 일단 전 정부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사를 들여다보면 파격에 가깝다. 국방부 장관으로 '비(非)군인' 출신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용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되면 1961년 5·16 이후 64년 만의 민간인 출신 국방부 수장(首將)이 된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발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첫 여성 장관으로 이름을 올렸던 송미령 장관은 유임됐다. 정권교체가 이뤄졌는데도 장관직이 유임된 건 그가 역대 두 번째다. 양곡법 등 전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농정관련 법안들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 들여진다. 전문성에 주목하고, 정치색이 옅다는 점 등을 두루 반영한 일종의 탕평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23일 민주당 신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국무회의 때 보니 업무 파악도 잘 돼 있고 능력있는 공무원이더라"고 유임 배경을 밝혔다고 한다. 기재부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무조정실장을 자체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송 장관을 제외한 이들로서는 인사청문회라는 지뢰밭을 건널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4일 막을 올렸다. 25일까지 진행되는 청문회는 여야 협상 불발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증인·참고인 없이 치러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파파돈(파도 파도 돈 의혹)'이라고 낙마를 정조준했고, 민주당은 김 후보자 엄호에 당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야권은 김 후보자 인선 뒤 의혹이 제기된 재산 증식 문제와 더불어 불법 정치자금 제공자 등과의 금전 거래, 아들 '입시용 입법', 중국 칭화대 학위 취득 과정 등을 도마 위에 올렸다.
사실 국회 인사청문회만큼 내로남불의 장(場)을 찾기 어렵다. '무차별 의혹 제기 vs 묻지마 엄호'라는 도식은 2000년 2월 첫 도입 이래 공식화되다시피 했다. 능력과 자질, 전문성, 도덕성 같은 공직자로서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자는 취지는 뒤로 말려나기 일쑤였다. 그 대상을 국무위원급으로 확대한 2005년부터는 더욱 두드러졌다. 여야가 공수를 교체한 뒤에는 더했다. 신상털기나 망신주기에 맹목적 방탄이 맞서고 부딪히면서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먼 청문회가 되곤 했다.
변변한 조직개편을 하지 못한 채 방어적으로 장관을 임명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자녀 특혜 의혹과 막말 논란 등으로 3명이 낙마했다. 인사청문회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장관 인선 시 철저한 검증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도 당리당략보다 적격성에 초점을 맞춰야 함은 물론이다.
'이재명 내각'은 어떨까? 이례적으로 자리를 이어가게 된 송 농식품부 장관을 뺀 모든 후보가 청문회 대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문회에 쏟아 부을 시간과 인력을 절약하게 돼 향후 정책 추진의 속도가 붙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현역 정치인인 5명의 경우도 통과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게 여의도의 정설이다. 선출직으로서 유권자의 검증과 선택을 받은 데다 의원 인맥이 두텁다는 점에서다. 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맷집이 약하고 검증을 거칠 기회가 적었던 민간 출신은 혹독한 과정을 각오해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에서 고위직 인선 검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대목은 아쉽다. 장관 후보자 임명 때 '깜짝 이벤트'인 국민추천제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설명이지만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아 검증이 어느 선에서 얼마나 철저히 이루어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안 그래도 인사를 대통령실 내 소수가 극비리에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이 생긴다. 고위 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불법은 아니다"라거나 "관행이었다"를 반복하는 모습은 신물나게 보아왔다. 그럴수록 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커졌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 표결로 통과된다. 국민의힘이 끝내 인준을 거부하면 민주당 의석(167석)만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더라도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검증이 되도록 인사청문회를 철두철미하게 진행해야 마땅하다. 야당인 국민의 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도 총리뿐 아니라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 판단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합성이 드러났는데도 강행하면 두고 두고 화근이 돼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