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이 전격적인 휴전 발표로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스라엘·이란 3국 정상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웃었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울었다.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전쟁 확산과 자국민에 대한 보복을 우려하는 국내외 비판을 무릅쓰고 대규모 직접 군사개입을 결단했다. 핵심 지지층인 MAGA 세력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B-2 스텔스 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이란 핵시설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은 휘청거렸다. 별다른 효과적 대응 수단을 찾기 어려운 이란은 결국 휴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선제 타격하고, 이후 단 이틀 만에 전면 휴전 합의를 끌어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피스메이커'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취임 첫날이면 전쟁을 멈추고 전 세계에 통합을 가져오겠다"고 공언했으나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등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열지 못해 체면을 구기고 있었다. 이번에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이 처음으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당사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최대 승자'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핵개발 저지를 명분 삼아 미국을 끌어들였고, 이를 통해 이란 핵시설 상당 부분을 무력화시켰다. 제1야당조차 성과를 공개적으로 인정할 정도다.
지난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무능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그는, '국가 안보를 지킨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연임까지 타진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치적 생존을 넘어서 연임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완전히 수세에 몰린 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40년 가까이 절대 권력자로 군림해온 하메네이였지만, 이번만큼은 과거처럼 종교적 카리스마나 반미 담론만으로 정국을 수습할 수 없었다. 그는 암살 가능성에 발목을 잡히면서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를 보지 못했다. 지도자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에겐 전략적 결단도 없었다. 시간을 끌다가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 앞에 '백기투항'에 가까운 형태로 휴전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가 암살에 대비해 후계자 3명을 이미 지명해 두었다고 보도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불안정해졌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최고지도자 체제의 균열 가능성까지 제기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 내 권력공백이나 군부 집권보다는 현 체제 유지가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강경 개입으로 자신의 위상을 부각시켰고, 네타냐후는 정치적 생명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하메네이는 몰락의 서막을 열었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은 리더십의 무게를 가른 시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