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뉴진스와 하이브-어도어 사이의 재판은 케이팝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만약 하이브-어도어의 주장이 맞는다면 이번 재판을 통해 케이팝 업계에서 계약의 의미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산업의 안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계약한 아티스트가 임의로 이탈한다면 케이팝 산업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그런 부분에 대해 원칙을 세우는 재판이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뉴진스의 주장이 맞는다면 업계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대기획사에서 뉴진스 같은 슈퍼스타조차 부당 대우를 당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불공정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뉴진스 주장이 인정된다면 케이팝 업계에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쪽 주장이 맞건 중요한 재판이 될 텐데, 현재로선 전자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뉴진스가 부당하게 계약을 깨려하고 있고 하이브-어도어는 피해자일 가능성 말이다. 부당한 계약 파기라면 이를 막아야 케이팝 산업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부당한 계약 파기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건 뉴진스 멤버들이 가처분 등의 재판에서 무려 4패를 했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주장은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증거를 제출한다고 했지만 재판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결정적 증거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없는데 앞으로라고 해서 과연 생길까? 앞으로도 증거가 없다면 결국 뉴진스가 부당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 있다.

그러면 멤버들에게 사회적 비난에 쏟아질 것이다. 이 재판엔 사회적 차원에서의 윤리 문제도 담겨있다.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를 저버리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며 배신하는 행위가 과연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그런 게 용인되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뉴진스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윤리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비난이 가해질 수 있다.

만약 그렇게까지 되면 뉴진스 멤버들은 사회적 '빌런'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가처분 등의 재판에서 연이어 4번 패했다는 건 애초에 재판에 임하는 뉴진스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티스트 활동금지 가처분에 소극적인 법원이 뉴진스 활동 금지에 적극적이라는 건 그만큼 사법부가 뉴진스의 행태를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누가 뉴진스를 이런 재판으로 이끌었는가? 그 사람이 바로 뉴진스의 적일 수 있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업무와 관련해 몇몇 주장을 했는데, 그런 정보들을 알려주며 하이브가 뉴진스를 저해한다고 주입한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뉴진스의 적일 가능성이 있다. 법원에서 하나도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알려주며 뉴진스를 호도했기 때문이다.

일부 뉴진스의 팬들도 그런 역할을 했다. 사태 초기 민희진이 뉴진스를 거론하며 멤버들을 싸움판에 끌어들이는 행태를 보였는데도 뉴진스 일부 팬들이 민희진을 지지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였다. 하이브가 뉴진스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는 황당한 루머에도 일부 뉴진스 팬들이 동조했다. 뉴진스는 하이브 자산이라서 뉴진스의 성공이 곧 하이브의 이익이기 때문에 하이브가 뉴진스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황당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결정적으로 잘못한, 위약금이나 소송 절차 없이 임의로 계약을 깬 것에 대해서도 일부 뉴진스 팬들은 옹호하기에 바빴다.

거기에 일부 언론과 심지어 법조계 인사들까지 나서서 뉴진스의 계약무시 행태를 '절묘한 묘수'라며 옹호했다. 이런 빗나간 지지 여론이 멤버들을 고무해 무려 4패에 이른 현 재판으로 뉴진스를 인도했을 것이다. 하이브-어도어에게 뉴진스는 중요자산이기 때문에 그들이 대응을 자제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면 지금쯤 뉴진스는 손해배상 소송까지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호도하던 팬들과 언론이 뉴진스가 진로를 돌리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처분 등 4패로 봤을 때 앞으로도 불리해 보이는 상황인데, 이런 구도로 재판을 계속 이어가봐야 뉴진스의 피해만 커진다.

뉴진스가 타격을 입으면 소속사인 하이브-어도어의 피해도 커진다. 뉴진스와 하이브는 어차피 계약으로 묶인 공동체다. 뉴진스가 이제라도 계약을 준수해 법과 윤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뉴진스의 피해가 최소화되고, 하이브의 피해도 그나마 줄어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케이팝 업계에 계약 준수라는 원칙이 서고, 사회 윤리적으로도 모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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