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변리사)
2025년 6월 26일은 '제1회 변리사의 날'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조선변리사회'로 시작하여 우리 변리사들은 대한민국이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모든 길목을 지켜왔다. 지식재산 제도는 혁신가의 발명을 보호하고 가치를 인정하여 국가 기술 발전을 이끄는 사회적 약속 위에 서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기술 주권 확보'와 '전환적 공정 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경제지표 개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미래 생존이 걸린 도전이다. 이는 지식재산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기술 주권은 허상에 그칠 수 있다.

세계 4위의 양적 성장을 이룬 우리 IP(지식재산권) 생태계는 '혁신 보호'라는 본질을 잃고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첫째, 신뢰의 위기이다. 1년 이상 걸리는 특허 심사 기간과 등록된 특허의 절반 가까이가 무효가 되는 현실은 특허의 품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기업의 혁신 투자를 위축시킨다.

둘째, 존중의 부재이다. 특허권 가치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혁신가에게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술 탈취를 시도하는 이들에게는 '걸려도 그만'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한국의 특허침해소송 배상액은 미국의 100분의 1 수준인 6000만원에 불과하다. 승소율도 11%에 그쳐 혁신가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보호의 공백이다. 낮은 특허 품질과 미미한 침해 배상액 등 취약한 생태계는 우리 기업의 특허 경쟁력을 약화시켜 해외 특허괴물(NPE)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 유출과 IP 침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한다.

이런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지식재산의 '창출-심사-활용-보호' 전 주기에 걸쳐 '혁신가 보호'라는 대원칙을 바로 세우는 시스템 혁신에 있다. 첫째, '고품질 특허' 창출을 위한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 R&D 성과 평가를 양(건수) 중심에서 질(기술적·경제적 가치) 중심으로 개편하고, 발명의 가치가 제대로 표현되도록 특허 명세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고품질 심사'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경쟁국의 3배에 달하는 심사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심사관 인력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하여 충분한 검토 시간을 보장하고 특허의 질을 높여야 한다. 심사 적체 해소와 정확한 심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셋째, '전문가에 의한 보호'로 공정한 기술 경쟁의 장을 열어야 한다. 기술과 법률 전문성을 겸비한 변리사가 현장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고품질 특허 명세서를 작성하고, 특허의 가치를 평가하며, 기술 탈취에 대응하는 특허침해소송 현장에서 전문가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인 표준이며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넷째, 창출된 특허가 '기업 가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처럼 '지식재산 공시제도'를 도입하여 투자자들이 기업의 기술력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으며 벤처 투자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변리사의 날'은 변리사 스스로가 국가 혁신 생태계를 책임지는 '공익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되새기는 다짐의 장이다. 우리 변리사들은 혁신가들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대한민국 지식재산 시스템의 파수꾼으로서, 기술로 더 나은 미래를 여는 길에 언제나 함께 할 것이다. 이 대장정에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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