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총보수 0.15%' 상품에
자사 금현물ETF 보수인하 검토
주력상품 복붙 나오자 고육지책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보수 경쟁은 안 한다"던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올해 상장지수펀드(ETF) 성장을 이끈 대표 상품 'ACE KRX 금현물 ETF'와 똑같은 구조의 ETF가 훨씬 낮은 보수로 시장에 출시되자, 보수 인하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ACE KRX 금현물 ETF'의 총보수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ACE KRX 금현물 ETF'의 기존 총보수율은 0.5%였으며 하향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ACE KRX 금현물 ETF'와 똑같은 상품이 현저히 낮은 보수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운용)은 지난 24일 KRX 금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KRX 금현물 ETF'의 총보수를 0.15%로 설정해 시장에 내놓았다.

'TIGER KRX 금현물 ETF'는 'ACE KRX 금현물 ETF'와 99% 동일한 상품이다. 실물 금을 펀드에 편입해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보유하는 형태의 금 현물형 ETF로 금을 보유하면서 KRX 금 현물 지수를 추종한다. 미래에셋운용은 구조를 동일하게 설정하고, 상품의 운용보수를 70%나 낮게 설정했다.

'TIGER KRX 금현물 ETF' 출시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남기 미래에셋운용 ETF운용 부문 대표는 KRX 금시장이 다른 나라의 금 현물 시장보다 보유 비용이 낮지만, 금 현물 관련 상품들의 비용은 글로벌보다도 높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운용에 따르면 한국 금거래소의 현물 보유 비용은 0.08%다. 반면 인도는 0.65%이며 미국과 영국은 각각 0.13%, 0.10%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 관련 상품들의 총보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ETF보다도 높다. 'ACE KRX 금현물 ETF'는 0.5%,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이 출시한 금현물 재간접 ETF는 0.3% 수준이지만, 해외 자산운용사가 출시한 금현물 ETF들은 0.17~0.4% 정도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면서도 운용보수를 낮춘 ETF의 출시는 투자자에겐 매력적인 선택이지만,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속이 쓰리다. 한투운용은 금현물 ETF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출시해 2년 3개월여 만에 1500억원 규모로 키워냈다. 올해 금값이 상승하면서 'ACE KRX 금현물'의 순자산액은 전일 기준 1조248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 규모가 98.85% 커진 것이다. 그동안 해외 기술주 ETF에 주력해온 한투운용이 올해 기술주 약세에도 불구하고 ETF 순자산총액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건 'ACE KRX 금현물 ETF' 덕분이다.

그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치열한 보수 인하 경쟁에도 한투운용은 참전하지 않았다. 운용사 간 보수 경쟁은 서로의 수익성을 저해하고 결국 운용업계 전반의 금융 상품 질 저하가 일어나며 장기적으론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 '복붙' 상품의 출시로 주력 ETF를 빼앗길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CE KRX 금현물 ETF'는 한투운용이 시장에 없던 상품을 규정 정비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전 과정을 새롭게 설계해 출시한 ETF"라며 "보수 인하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투운용도 고유의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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