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본부장
6G(6세대) 기술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지상 통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비지상 네트워크(NTN·Non-Terrestrial Networks)가 새로운 통신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커버리지 확보는 향후 6G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으며, 각국은 이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은 민간기업의 주도적인 위성통신망 구축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과 투자를 통해 국가 전략기술로서의 위성통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6G 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이어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6G 초공간 기술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재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아마존의 카이퍼, 영국의 원웹 등이 대규모 저궤도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 인터넷 제공을 넘어 5G 및 6G의 백홀 및 액세스 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는 통신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은 1만3000기 이상의 위성으로 구성된 'GW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주도 통신망 구축에 나섰고, 유럽연합(EU)은 'IRIS²'이라는 안전 위성통신 인프라를 통해 자주적 통신망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위성망과 지상망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지능화된 통신 서비스와 실시간 데이터 연동이 가능한 통합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표준화 측면에서도 빠르게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는 릴리즈 17에서 처음으로 NTN 기술을 반영한 바 있으며, 릴리즈 19부터는 저궤도 위성에 기지국 기능을 추가하는 표준화가 진행 중이고 6G에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6G 시대를 맞아, 지상-위성 통합과 인공지능(AI) 융합을 고려한 고도화된 NTN 기술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 부문(ITU-R)과 3GPP의 기술 요구사항 수립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표준화 과정에서 기술주권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NTN 기술은 단순한 위성통신 기능을 넘어서, AI 기반 자율 통신으로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위성 자체에 탑재되는 AI 모델을 통해 복잡한 네트워크 운영이 자율적으로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고정된 전송 링크 위주의 전통적인 위성통신 방식에서 벗어난 진일보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실시간 네트워크 상태 분석 및 링크 품질 유지 기술도 위성 네트워크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의 6G 시대에는 지상과 우주를 아우르는 초공간 네트워크의 실현이 기대된다. 이는 지상 기지국, 저궤도 위성, 정지궤도 위성 등을 포함하는 다계층 통신 체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체계 안에서 분산된 AI(온디바이스·엣지 및 클라우드) 에이전트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핵심이 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AI 연동이 필수적이다. 위성, 지상국, 단말 간 상호운용을 보장할 수 있는 표준화된 인터페이스 개발이 요구된다. 아울러, 우주환경의 변화에 따라 AI 모델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최적화될 수 있도록 AI 모델의 수명주기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지상·위성 통합 네트워크는 통신 기술의 진화를 넘어, 전 지구적인 디지털 생태계의 근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방 및 안보, 재난 대응, 해양 및 오지 통신, 산업 디지털화, 글로벌 인터넷 보급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AI와 위성통신의 융합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지상에서 우주로 확장되는 통신 네트워크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전 지구적 초공간 네트워크 실현이라는 6G 시대의 청사진을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AI 기반의 지능형 위성통신과 지상-우주 통합 네트워크 전략을 구체화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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