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노조 회계 공시 폐지를 새 정부에 요구했다.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정부가 각종 시행령과 행정지침으로 노동 탄압을 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전임 정부가 조세 행정을 빙자해 노조 회계 공시를 추진해 노조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노조 회계 공시를 강제하는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즉각 개정하라"고 밝혔다. 앞서 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을 목적으로 2023년 9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해야 조합원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노조의 회계공시 참여율은 90%까지 올라갔다.
이같은 양대 노총의 주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기엔 납득하기 어렵다. 조합비는 조합원의 회비이자 사실상 공적 재원이다. 공적 재원에는 반드시 투명성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노조 회계 공시는 민주적 노조라면 최소한의 책임이자 상식이다. 일반 시민단체는 물론, 심지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조차 회계 감사를 받고 공개를 원칙으로 삼는다. 그런데 거대 노조가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조합원과 국민 모두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다. 공시는 거부하면서 권리를 주장하는 태도는 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양대 노총이 진정 조합원의 권익과 민주적 노조의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계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감시받지 않겠다는 조직이 신뢰를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조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자율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 감시와 공개 없이 행사되는 자율은 자칫 특권이 되기 쉽고, 폐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 정부 역시 원칙을 지켜야 한다. 회계 공시 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은 공정과 책임이라는 행정철학에도 반하는 일이다. 오히려 제도적 기반을 명확히 하고, 공공기관 및 국고보조금과 연계된 노조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양대 노총이 정말로 당당하다면 회계 공시 폐지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양대 노총이 사회적 존중과 신뢰를 받고자 한다면, 공시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투명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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