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집을 구해야 할 신혼 부부나 청년층, 서민들로선 갑자기 치솟은 집값에 발만 동동 구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말만 번지르할 뿐 제대로 된 대책 회의 한번 없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여당내에선 지금의 집값 상승은 전 정권 탓이라는 말조차 나온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5월보다 9포인트 뛰었다. 1년 뒤 집값 상승을 점치는 소비자의 비중이 더 늘었다는 뜻으로, 2021년 10월(125)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 폭도 2023년 3월(+9p) 이래 2년 3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실제로 집값은 뛰게 된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당시 5억182만원에 거래됐던 준공 10년 이하 서울 신축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올해 평균 12억2660만원에 거래돼 144% 뛰었다. 전용 59㎡ 아파트는 신축 가격이 같은 기간 4억3193만원에서 10억9315만원으로 153% 급등했다.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달 셋째 주 한주에만 전주 대비 0.36% 뛰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20주 연속 상승 행진이다. 이젠 강남 핵심지역의 국민평형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상승세는 서울 인근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 착공 감소의 여파로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이 급감할 전망이며, 수도권 중심으로 수요 불일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새 정부 들어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과거 진보 정권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경험에 이재명 정부의 돈풀기 정책으로 물가가 크게 뛸 것이라는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세금 규제를 통한 부동산 가격 억제보다 공급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회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수도권 주변 신도시 건설과 같은 대책을 내지 말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국민들 모두 어떻게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지 궁금해 하는데 새 정부 출범 후 한달이 다돼가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날 열린 민주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서울 집값 상승은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의 결과"라며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집권 기간 내내 문재인 정권 탓 타령을 했던 윤석열 정부의 데자뷔다. 문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것은 공급 확대라는 정도(正道) 대신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부동산 폭등을 초래했던 게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문 정권 탓을 욕하더니 이를 닮아가는 것인가. 국정의 책임은 오롯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왼쪽 두번째) 정책위의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