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언론 美국방정보국 1차 평가서 입수 보도 백악관은 부인...'완전 파괴' 트럼프 입장 고수 수개월 정도 이란 핵개발능력 후퇴 성과는 인정 논란 속 정확한 파괴 정보는 추가적 분석 필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연합뉴스
미 공군이 벙커버스터 'GBU-57' 14발로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을 폭격했지만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했다는 미 국방부 정보당국의 1차 평가가 외부에 유출돼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비공개 보고서는 폭격으로 이란 핵프로그램을 후퇴시킨 성과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격 직후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 내용과 상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이 "완전하게 파괴됐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간 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들은 24일 미 국방부의 정보 담당 조직인 국방정보국(DIA)이 미군 중부사령부의 '전투 피해 평가'를 근거로 작성한 초기 평가를 보도했다.
DIA는 미군의 공격과 그 전후 이뤄진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수개월 퇴보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초기 평가 내용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은 이란이 생산해 보유하고 있던 농축우라늄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보고서는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가 수개월 내에 재가동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란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저장고의 상당 부분이 공습 이전에 이전됐으며, 이란이 관리하는 다른 비밀 핵 시설로 이동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농축우라늄은 농축 수준을 높일 경우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월말 회원국들에 회람한 비밀 보고서에서 이란이 5월 17일 기준으로 60% 농축우라늄을 총 408.6㎏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핵탄두 9∼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으로 평가됐다.
CNN의 취재에 응한 한 소식통도 우라늄을 농축하는 핵심 설비인 원심분리기가 대체로 보존됐다면서 "DIA의 평가는 미국이 아마도 (이란 핵 프로그램을) 최대 수개월(a few months) 퇴보시켰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현재 평가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이 같은 초기 평가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DIA의 평가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면 파괴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NYT도 이란이 농축우라늄 보유량의 많은 부분을 공습을 당하기 전 다른 장소로 옮겨 놓았다는 내용이 DIA 보고서에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이번 대이란 공격 이전 미국 정보 조직들은 '만약 이란이 서두를 경우 핵무기 보유까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으나, 대이란 공격후 DIA보고서는 이란 핵 계획이 지연되긴 했지만 지연 기간은 6개월 미만인 것으로 평가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중의 망치)로 명명된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에서 미군은 B-2 폭격기를 활용한 벙커버스터 투하,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 등으로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곳의 핵시설을 타격했다. CNN과 NYT에 따르면 DIA의 초기 평가 보고서는 3개 이란 핵시설의 피해가 대체로 지상 구조물에 국한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언론이 보도한 초기 평가 내용을 부정하면서,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을 고수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CNN이 보도한 DIA의 초기 평가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우리가 본 모든 것을 근거로 우리의 폭격은 핵무기를 생산하는 이란의 역량을 괴멸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작전을 감독한 댄 케인 합참의장은 '전면 파괴'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세 곳의 핵 시설 모두 "심각한 피해와 파괴를 입었다"고만 말했다.
이처럼 백악관과 국방부 정보 당국의 이란 측 피해 관련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구체적인 피해의 전모 파악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