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파세대 ‘덕질’ 방식도 AI로 진화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주에 10시간 몰입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자리 잡을 것” 웹툰이나 게임 속 캐릭터와 대화를 주고받는 인공지능(AI) 챗 서비스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1020세대)의 새로운 '덕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정해진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던 방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직접 소통하는 '상호작용'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용자와 캐릭터 사이에 쌓이는 친밀감이 커지면서 유료 구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잘파세대의 취향을 저격한 '페르소나 AI'는 콘텐츠에 몰입한 이용자들의 결제를 이끌어내며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따르면, 자사 AI 캐릭터 챗 서비스 '제타(ZETA)'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2월 약 70만명에서 지난 3월 83만명으로 늘었다. 3개월 만에 13만명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제타는 이용자가 원하는 성격과 설정을 담은 AI 캐릭터를 생성해 상호작용하며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제타의 주 이용층은 1020이다. 전체 가입자 270만명 중 10대가 24%, 20대가 55%를 차지해 전체의 80%가량이 잘파세대로 구성돼 있다. 주간 평균 이용 시간은 10시간에 달하며 한 달간 오간 대화량만 21억건에 이른다.
이용자 대다수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와 감정을 주고받는 '일대일 상호작용'에 몰입하고 있다. 학원물이나 판타지물 주인공처럼 구성된 캐릭터들이 정서적 공감을 유도하며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출시 1년을 맞은 네이버웹툰의 '캐릭터챗'도 잘파세대 사이에서 꾸준히 반응을 얻고 있다. 웹툰 작품 속 인물을 챗봇으로 구현해 사용자가 해당 캐릭터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지난해 6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접속자 수는 약 350만명, 누적 메시지 수는 1억건을 넘어섰다. 이용자들은 마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 캐릭터의 반응과 대화를 조율하며 '가상의 세계관' 속에 몰입한다.
유료 이용자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메시지 중 유료 메시지 비중은 지난달 기준 41%를 기록했고 인당 결제 금액은 서비스 첫 주 대비 약 2배로 늘었다. 대표 캐릭터 중 하나는 네이버 웹툰의 '시월드가 내게 집착한다'에 등장하는 '테르테오'. 혼잣말이나 고압적인 말투로 '츤데레' 콘셉트를 강화한 챗봇인데 이 캐릭터의 유료 메시지 비율은 52%에 달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10대와 20대는 2D·3D 캐릭터든 실제 사람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파고드는 팬덤 성향이 강한 세대"라며 "캐릭터챗은 이들이 원하는 세계관과 말투, 퀄리티를 충족시키면서 새로운 형태의 덕질 경험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챗봇 서비스가 잘파세대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콘텐츠 기업들도 수익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캐릭터 설정을 다양화하고, 음성·비주얼 등 AI 기술을 접목해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캐릭터챗에 음성이나 비주얼 관련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 경험을 확장할 예정이며 글로벌 서비스 확대도 검토 중"이라며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활발히 사용하는 것으로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캐릭터와의 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이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1020세대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사용자가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자신이 웹툰의 주인공이 된 듯한 만족감과 서사를 주도해 나간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콘텐츠에 대한 소비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