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의약품 불법 유통이 계속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박리다매형 '창고형 약국'까지 최근 등장해 약물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사의 정확한 복약지도 없이 편리함과 가격만을 앞세운 판매 방식은 자칫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25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내 의약품 불법 판매게시물을 점검해 총 2829건의 불법 판매를 확인하고 게시물 삭제와 계정 제재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5월 12일부터 30일까지 3주간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와 함께 합동점검 후 이뤄졌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피부질환치료제 599건 △제산제 477건 △소염진통제 459건 △탈모치료제 289건 △화상치료제 143건 △변비약 124건 △점안제 124건 △소화제 108건 △영양제 93건 △무좀약·다이어트한약 등 기타 413건 등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의약품 불법 판매가 끊이지 않는 만큼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당근은 의약품 관련 키워드 모니터링과 게시글 자동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번개장터는 키워드 기반의 사전 및 사후 차단과 전담 모니터링팀 운영 등을 하고 있으며, 중고나라는 자사 모니터링 및 필터링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고거래 플랫폼 3사 모두 식약처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온라인 뿐만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의약품 판매 방식이 변화하면서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창고형 약국'까지 등장하며 약물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성남에 오픈한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약국에는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등 2500여개 품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약사가 약을 추천해주는 약국에서와 다릴 이곳에선 상주 약사들이 매장을 돌며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위한 복약지도, 의약품 안전관리, 환자 맞춤 상담 등의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약품의 무분별한 할인 판매는 의약품 유통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며 "가격 경쟁만을 앞세운 의약품 판매는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특히 약사의 전문적인 약물 검토와 중재, 복약지도가 제외된 시스템은 의약품 오남용, 부작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