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범죄자 취급" 野 "묻지마 청문회"
민주, 의혹 제기에 "인권 침해" 항의
국힘 "증인·참고인 없는 초유의 청문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첫날부터 자료 제출 미비,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두고 맞붙었다. 특히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고성과 막말, 반말이 오가고 항의, 사과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김 후보자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여야 합의 불발로 사상 처음으로 증인·참고인 없이 치러졌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인청특위 위원장은 청문회를 시작하면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를 19차례 실시했지만 이번처럼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증인·참고인을 채택하지 못해 후보자 검증에 미흡함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자료 제출 요청에도 아쉬움이 있는 게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 등으로 제출받지 못한 자료가 73.3%에 달한다"며 "청문회 일정이 다소 촉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자료 요구에 충실히 임해 달라', '부득이 답변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 위원장에게 직접 소명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는데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청문회는 묻고 듣는 회의인데 묻지마·깜깜이 청문회를 만들었다"며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묻는다고 큰 몸통이 안 보이나. 6년 전 있었던 조국 청문회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과거 보수 정권의 총리 후보자 사례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한덕수·황교안·이완구 총리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의 전례와 규정에 따라서 과도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제출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았다"며 "(저 역시) 완전하게 동일한 규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을 채택하지 못한 과정이 마치 여당의 일방적인 책임인 것으로 몰고 가는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며 "또 증인·참고인은 청문회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방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재산 증감, 자녀 특혜 의혹을 두고도 맹폭에 나섰다. 그간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2019년부터 최근 5년 동안 국회의원 세비 수입은 5억원인데 지출은 13억원이었다며 아들 유학비 명목인 2억원은 전처가 부담했다고 하더라도 남은 6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해 왔다. 주진우 의원은 김 후보자 아들의 유학 자금 출처를 문제 삼으며 "이혼한 전 배우자와의 자녀 양유기는 통상 부부가 반반씩 내는 게 일반적인데 송금된 외환국 신고 내역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제3자가 유학 자금을 댄 것이 아닌지 하는 국민적 의혹이 있고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6억원은 두 차례의 출판기념회와 경조사 등 세비 외 소득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비 수입 외 수입은 축의금, 조의금, 출판기념회 두 번, 장모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간혹 받은 것 정도가 총체적으로 모여 구성됐다"며 "축의, 조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여진 액수도 통상적인 사회적인 통념 또는 저희 연배 사회생활과 관련된, 국회 내에서 이뤄진 행사들에 비춰보면 감사한 액수이기는 하나 과하게 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장남이 고교 동아리 활동 중 내놓은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과 관련해서도 "(입시) 원서에 쓰이지 않았다"며 '아빠 찬스'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여야 의원들은 서로 반말과 비속어를 주고받기도 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반말했고 이를 들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미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은 곽 의원은 "(박 의원에게) 조용히 좀 하라고 하니 '야 조용히 해'라고 해서 순간 혼잣말로 이야기했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박 의원이 김 후보자의 병역 문제를 엄호하며 "윤석열의 부동시, 어떤 분은 급성 간염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주진우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주 의원은 "그동안 인사검증위원회에 대해서 부당한 공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대승적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저는 한 번도 모욕적인 언사를 쓰거나 무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김 후보자와 관련해 유학 비용을 이야기할 때도 자금 출처가 전혀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최소한의 확인만 요구했을 뿐인데 박 의원이 언급한 건 타인의 질병으로 제 병역 면제 사유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고등학교 시절부터 질병을 앓아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며 "그런 내용을 공개된 자리에서 인사검증위원이 다른 위원한테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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