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서유기의 '파초선' 언급, 공직사회 태도 변화 강조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정치 구호처럼 들리던 '평화가 곧 경제고, 평화가 밥'이라는 이야기가 구호가 아니라 이제는 현실"이라며 "한반도에 평화 체계를 구축하는 일, 안보를 튼튼하게 하는 일은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2층 국무회의실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지금은 경제 문제와 아주 직결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안보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면서 6·25 전쟁 75주년을 상기시켰다. 이어 "우리가 보통 '안보' 하면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일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우리 힘없는 국민들"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다 희생당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우리가 공동체 모두를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른 사람 또는 집단이나 지역에 상응하는 보상을 충분히 했느냐'는 점에서 저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약은 사람들은 잘 빠져나가고, 힘없는 사람만 희생당한다'는 억울한 심정도 광범위하게 있는 것 같다"면서 "내일이 마침 6·25 기념일인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해서 충분한 보상과 예우가 있는지를 한 번 다시 점검해 보고, 가능한 방법들을 좀 더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물가, 민생 안정 대책을 논의하게 될 텐데, 취약계층들에게 피해가 더 가중되지 않게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공직자들의 태도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의 작은 결정이 정책수혜자에게는 큰 일이라는 점을 '서유기'에 나오는 마녀가 든 부채 '파초선'에 비유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농담 같은 얘기지만 손오공 얘기(가 담긴) 서유기에 보면 불을 끄기 위해 파초선이라고 하는 부채를 든 마녀로부터 빌리기 위해 손오공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서 "부채를 한 번 부치면 천둥 번개가 치고 두 번 부치면 태풍이 불고, 폭풍우가 엄청난 비가 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데 본인은 잘 모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권력이 그런 것 같다. 여러분이 하는 일, 작은 사인 하나와 관심 하나가 거의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게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누군가는 죽고 살고, 망하고 흥하고, 더 심하게는 나라가 흥하고 망하기도 한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의 역할과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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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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