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반성·국무회의 자세 호평
李정부 국정철학 코드에 긍정
진영 넘어선 탕평인사에 적격
양곡관리법 장애물서 견인차로
박지원 의원 추천했다는 설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면서 그 이유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치와 철학이 전혀 다른 정부에서 장관이 유임된 것은 26년 전인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이기호 전 노동부 장관이 유일하다.

대통령실은 외형적으로는 '능력 위주의 탕평 인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복합적인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대해 그의 전문성과 자세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송 장관의 유임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무회의 당시 대부분의 국무위원이 사의를 제출한 이후여서 소극적이고 비구체적인 답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일할 수 있는, 준비돼 있는 현직 국무위원으로 판단한 게 아닌가 짐작한다"고 답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전날 송 장관의 유임을 발표하며 "과거 정부 인사라는 점보다, 새 정부 방향에 얼마나 동의하고 기여할 수 있는지를 봤다"며 "송 장관이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에 동의하신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우호적인 태도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보조를 맞출려고 노력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송 장관은 유임이 결정된 후 소감문을 내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간 쟁점이 됐던 정책이나 법안 등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정 철학에 맞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른바 '전향'을 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한 태도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사실에 대해 "계엄과 관련된 회의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았으면 국무회의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께 송구하다. 그날 이후 장관을 한 것이 많이 후회된다"고 사과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중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된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송 장관의 유임을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막힌 양곡관리법 개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송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에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을 가로막았던 송 장관 손으로 재추진하는 모양새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박지원 의원이 송 장관을 밀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여러 차례 송 장관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27일에는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주신 송미령 농식품부장관께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송 장관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을 직접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정치인들로부터 찬사를 듣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송 장관을 향해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고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송 장관에게 본인의 유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갈등을 직접 조정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국민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임명권자의 뜻 이상으로 유임된 분이 어떤 식으로 행보를 하고, 국민주권정부답게 국민의 불만이나 요구에 어떻게 응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관은 임기가 없고, 대통령이 임명하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라며 "국민들께서 송 장관이 일을 어떻게 해나가는지 지켜봐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경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송 장관 유임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당 내 일부에서는 송 장관에 대해 불편한 반응도 감지된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송 장관을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반응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날 직접 국회를 찾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의원들을 만나 송 장관의 인선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우려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여당만 챙기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민주당을 제외한 범진보 진영의 반발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박웅두 농어민위원장 명의로 논평을 내고 "송 장관은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 1호 거부권'으로 상징되는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농어업회의소법 등 식량주권을 지키고 농업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한 개혁 법안들을 줄줄이 무산시켰던 장본인"이라며 "표를 모아준 농민들의 입장에선 '실용주의'를 앞세운 송 장관의 유임은 국민주권정부의 농정방향도 역대 정권의 농업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겨준다"고 비판하고 유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농해수위 전체회의 중 송 장관 유임에 항의하며 퇴장한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송 장관 유임은 내란세력 청산을 외치며 당선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라며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제1야당이자 윤석열 정부의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속내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신 장관의 유임을 '잘못된 인사'라고 정면 비판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신 국민의힘은 송 장관의 바뀐 태도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송 장관을 향해 "국민들 시각에서는 매우 비겁한 태도"라며 "과거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를 건의했던 법안들에 대해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중심으로 국민께 상세히 설명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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